한국소비자원이 전 세계 선진 도시의 주요 생필품 가격을 비교 조사한 결과가 화제다.

소비자원은 지난 1일 G7 및 아시아 11개 국가의 12개 도시에서 판매되는 주요 생필품 가격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대상 도시들은 우리나라 서울을 비롯해 미국의 뉴욕,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이탈리아 밀라노, 캐나다 토론토, 대만 타이베이, 싱가포르, 중국 북경, 중국 홍콩 등 12개 도시.

일단 조사 내용은 흥미롭다.

조사 기간중 서울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03원을 기록해 2249원에 판매된 홍콩, 영국 런던의 2053원에 이어 세 번째로 비쌌다.

경유는 영국 런던이 1리터에 2673원으로 가장 높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에 이어 서울이 조사 대상 12개 도시중 다섯 번째를 차지했다.

‘그럼 그렇지!’

기름 소비자들은 국내 석유 가격이 비싸다는 확증을 갖게 됐는데 소비자원은 그 배경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경질유 시장은 4대 정유사의 시장점유율이 약 98%인 과점 체제로 담합이 용이하고 석유사업자간 수직적 거래 의무화, 수평거래 금지제도, 정유사와 주유소간 전속거래 행태 등도 국내외 가격 차이를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보인다’는 것인데 원인과 결과가 명쾌하게 설명되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소비자원은 아주 중요한 점을 놓치고 말았다.

먼저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소비자원은 12개 도시의 소비자 물가를 조사 발표했던 보도자료를 긴급 회수하고 정정 자료를 내보냈다.

그 안에 명기됐던 ‘숫자’가 엉터리였기 때문이었다.

정정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휘발유 가격은 12개 도시중 여섯 번째로 비싸다’고 표현되고 있다.

비싼 순위가 세 번째에서 여섯 번째로 낮아진 것인데 이미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의 일이니 주워 담을 수도 없게 됐다.

소비자원은 슬그머니 수정 자료를 제시하고 있는데 흥미를 잃은 언론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 소비자들은 휘발유값 높기로 서울이 3위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

표현도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12개 도시중 휘발유 가격이 여섯 번째를 기록한 것을 두고 ‘여섯 번째로 비싸다’고 적시하고 있는데 ‘비싸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 하는 눈치다.

그저 중간 순위 정도였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소비자원은 서울의 석유 소비자 가격이 높은 이유중 하나로 타 도시에 비해 높은 석유 세금을 꼽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정유사 과점체제에서 예상되는 담합 우려와 각종 잘못된 유통구조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그 비유가 적절한지 의문스럽다.

특정 도시의 물가를 비교하는 것이 국가 전체의 석유 물가 수준을 가늠하고 문제점까지 짚어낼 수 있는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소비자원은 믿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조차 서울과 지방 도시간 땅값이나 경쟁여건, 인건비, 환경 규제 등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고 그래서 기름값이 천양지차인데 사정이 각기 다른 남의 나라 대표 도시와 단순 비교한 데이터에 이렇게 심각한 의미를 부여하는 배경이 우려스럽다.

통계가 갖는 진정성과 분석에서 느껴지는 순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소비자원은 소비자보호법에 설립의 근거를 둔 국가 기관이 아닌가?

그런 소비자원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자료를 생산하고 몰아 간다면 소비자가 보호받을 수 없다.

‘휘발유 가격이 비싸다’고 말하고 싶다고 그 속내를 말하면 안된다.

소비자에게는 있는 것만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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