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름 시장에 할인마트가 뛰어 들면 유통업체가 기름 생산자인 정유사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홍보했다.

할인마트가 PB(Private Brand)상품 비중을 높이는 추세에 착안해 고유가 해법의 밑그림에는 할인마트 상표를 내건 주유소도 집어 넣었다.

그렇게 되면 정유사를 견제할 수 있는 공급자 경쟁이 거세지고 기름값이 내려 갈 것이 분명하다.

#2 고유가 해법으로 마트 병설 주유소 아이디어를 들고 나온 정부에 일단 성의는 보여야 한다.

주유소를 병설할 만한 할인마트 부지가 있는지 이리 저리 재보고 동선을 지웠다 그렸다 반복한 끝에 마트 후보지 몇 곳을 억지로 골라 냈다.

그렇다고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는 석유 수입에 나설 의향은 없다.

기름으로 떼 돈 벌것도 아닌데 골치 아프게 정유사와 다퉈 가며 석유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일 생각도 없다.

#3 할인마트의 막강한 바잉 파워를 생각하면 찜찜한 구석이 적지 않다.

지금이야 수입 석유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어 할인마트 사업자들이 정유사에게 손을 내밀고 있지만 저유가 기조로 전환되면 언제든지 외국 정제사에 눈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할인마트의 자금력이나 바잉 파워를 생각하면 적 보다는 동지로 묶어 두는 것이 유리하다.

더구나 할인마트 병설 주유소가 시장에 진입하면 마트와의 시너지 효과로 상당한 석유 판매량을 기록할텐데 그만한 고정 거래처를 경쟁 정유사에 뺏기고 싶지는 않다.

#4 할인마트가 막강한 바잉 파워를 행사해 수입 석유를 값싸게 들여 온다면 정유사 주도 시장을 끝장낼 수 있다.

할인마트의 석유 수입이 어렵더라도 정유사끼리 경쟁 붙여 석유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는 것도 괜찮다.

할인마트의 바잉 파워라면 서로 기름 공급하겠다는 정유사들이 줄을 설 것이고 마트 자체 상표로 석유 유통 가맹사업까지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정유 4사로 제한됐던 석유 유통 시장에 마트까지 가세하면 공급자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질 수 있으니 주유소 입장에서는 손해될 일은 없겠다 싶다.

정부는 고유가 대책으로 할인마트를 제안했고 울며 겨자 먹기로 병설 주유소 진출을 선언한 마트에 주유소가 ‘나 죽겠다’고 난리다.

그 판에 끼어 든 정유사는 눈칫밥에 배가 부르다.

하지만 정작 할인마트가 주유소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서고 정유사들과 경쟁하며 기름값을 낮추는 모습, 정부가 희망하는 그런 그림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시장논리나 원칙, 파트너십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고 모두 아전인수(我田引水)에 바쁘다.

정부가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현실을 바라 보지 못하고 즉흥적이고 단편적인 아이디어에 몰두해 고유가 대응책으로 짜낸 결과물인 할인마트 주유소를 놓고 사회적인 갈등 양상까지 치닫고 있다.

할인마트가 석유 소매업에 진출하면서 주유소 사업자들의 반발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증되지 않은 고유가 해법으로 제시된 할인마트 주유소는 이해 당사자들간의 동상이몽(同床異夢)속에 난센스(nonsense)로 끝날 공산이 커 보인다.
정부의 아마추어적인 발상은 또 도마위에 오르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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