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정환 전남대학교 교수
우리나라는 세계 제8위의 석유 수입국이다. 우리나라 수입 원유의 대부분은 두바이유라는 점에서 두바이 유가가 유류 관련 정책의 기준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초에 정부는 리비아 사태로 두바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에너지 위기 경보를 ‘관심’ 단계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시켰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은 의무적으로 자동차 요일제를 시행하고, 민간 부문은 자율적으로 자동차 요일제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물론 수송부문뿐만 아니라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의거해 건물 냉난방과 조명 부문에 대해서도 제한적 이용을 강제하고 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어찌보면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지난 4월 초 국내 주요 정유사에게 석유가격을 리터당 100원을 내릴 것을 강하게(?) 권고했고 오는 7월까지 시한으로 정유사들은 석유가격을 인하해 판매하고 있다. 당초 취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를 인하할 방침이었으나 부처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임시방편으로 시간을 벌어놓을 요량으로 보인다.

소비자시민모임과 같은 민간 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유류세 인하를 외치고 있고, 물가 안정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수해야할 지표라는 점에서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100달러를 유지한다면 정부가 유류세 인하 요구에 굴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그런데 자동차 요일제와 유류세 인하 정책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매우 모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경제학의 기본 법칙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이 두 가지 정책에 적용해 보자.

우선 자동차 요일제는 석유에 대한 수요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석유에 대한 강제 할당 방식은 소비자 선택의 왜곡을 초래해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게 된다.

통상 강제 할당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재화(bads)의 소비를 제한하거나 저소득층에 대한 현물 지원과 같은 경우에 제한적으로 적용해야할 것이다.

석유 소비가 줄어든다고 해도 석유공급이 독과점 체제인 경우에는 석유가격도 감소하지 않는다. 이렇듯 강제적인 자동차 요일제를 통해 석유소비를 감소시킬지는 몰라도 이에 따른 부작용을 감안한다면 과연 고유가에 대한 타당한 해법인가 싶다.

한편 유류세 인하는 석유가격을 인하시키고 이는 석유 수요를 늘리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석유는 필수재라는 점에서 가격 비탄력적이므로 수요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동차 요일제는 석유 수요를 줄이고, 유류세 인하는 석유 수요를 늘리게 되어 두 제도가 동시에 시행될 경우 서로 효과를 상쇄시키게 될 것이다.

자동차 요일제가 시장 왜곡을 초래하는 이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자가용과 대중교통수단 사이에 기회비용이 더 적은 수단을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비자발적 자동차 요일제가 도입되면 이미 자가용을 합리적으로 선택한 소비자에게 울며 겨자 먹기로 대중교통수단을 선택하도록 강요한 것이 된다. 필자와 같이 자가용 출퇴근을 하는 공무원의 경우 자동차 요일제가 없었다면 일주일(주5일 근무 기준)에 20리터를 주어진 가격에 소비할 용의가 충분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자발적인 자동차 요일제로 인해 16리터만 소비할 수 있게 된다. 나머지 4리터의 석유를 소비하는 대신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대중교통수단은 자가용에 비해 이용시간이 필자의 경우 두 배 이상 걸리고, 근무 중에 급한 시내 출장이 발생할 경우 택시를 이용해야하는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 경우 대중교통이용으로 더 큰 기회비용을 감내해야하는 시장 왜곡 문제가 발생해 필자의 후생을 감소시킨다.

다시 유류세 인하 문제로 돌아가보자. 사실 유류세 인하가 정유사의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기도 어렵고 반영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정유사의 가격 결정방식이 매우 복잡해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칫 정유사만 유류세 인하 효과를 누리고 가격 인하 효과도 사라져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세수 감소로 재정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두 정책을 동시에 시행할 경우 상쇄효과가 존재할뿐더러 개별 정책들도 부작용이 크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결국 시장 기능에 최대한 맡기되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자동차 요일제는 공공기관 의무제를 없애고, 모든 부문에서 자발적인 제도로 전환하되 인센티브를 주도록 해야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요일제를 준수하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주차료를 감면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이미 지자체별로 시행되고 있는 탄소 포인트와 같은 혜택을 연동시키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중교통 이용에 따른 기회비용이 줄어들어 자발적인 자동차 요일제 선택이 증가할 수 있다. 다음으로 유류세 인하 정책의 경우 사회적 약자층에 대해 유류세를 환급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

현 정권이 주창하는 ‘저탄소-녹색성장’ 패러다임의 핵심은 효율과 환경보전의 상생에 있다. 비자발적 자동차 요일제와 유류세 인하 정책은 이러한 패러다임에 비추어 보면 매우 부적절한 정책으로 보인다. 즉 비효율적일뿐더러 온실가스 감소라는 환경보전효과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 담당자는 기본 철학이 일관되게 유지되도록 유념해 정책을 추진해야지 특정 이해집단이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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