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기술(주) 김영호 상무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자력에너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생성되므로 충분히 믿고 신뢰할 수 있다. 그러나 체르노빌 사고와 후쿠시마 사고에서 나타난 것처럼 인간의 생활환경에 대한 안전성 관점에서는 대중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따라서 이용 가능한 에너지자원의 부족만을 이유로 원자력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고, 안전성을 이유로 원자력에너지를 배척하는 논리도 수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화석에너지의 고갈이 기정사실화 되어 있는 현실에서 안전한 원자력에너지는 필수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원자력에너지의 비중은 5% 미만이고 상당 기간 동안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기술적인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미흡함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특수한 에너지환경은 필연적으로 분명히 더 많은 원자력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신뢰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명제가 되고 있다.

원자력에 대한 신뢰는 원전의 고장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를 방지하는 기술의 발전에 종속적이다. 따라서 당장의 에너지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하여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전제할 수 있어야 한다. 사용 후 핵연료의 보관 및 저장에 관련된 우려는 지속적인 재사용을 통한 독성물질의 양을 최소화함으로써 보완이 가능하고, 최종 폐기물을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사용 후 핵연료 격납용기를 개발함으로서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 에너지자원이 없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중단기적으로 원자력에너지는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거나 다른 에너지원 대비 경제성이 대폭 향상되지 않는 한 주요 에너지원으로 각광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화석에너지가 무한히 공급되지 않는 한 결국 원자력에너지는 차세대 대용량에너지원이 확보될 때까지 주요 에너지원으로 등장할 것이고 원자력에너지의 안전성 향상 정도와 화석에너지와의 비용 격차에 따라 등장 시기가 결정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원전의 품질 부실문제가 지속적으로 밝혀짐에 따라 원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매우 낮은 상태에 있고, 따라서 지속적인 원자력에너지 확충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당장은 기후변화 협약과 같은 견제장치에도 불구하고 화석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므로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시민사회에서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 반드시 대두될 원자력에너지 수요에 대비하여 관련 기술의 고도화 및 안전성 증진 노력만은 중단 없이 수행되어야 한다.

화석에너지는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가 패권을 갖지만 원자력에너지는 기술을 가진 국가가 절반 이상의 패권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 원자력산업계와 학계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국민에 대한 원자력에너지의 필요성 강조가 아니라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안전하고 경제성이 뛰어난 원자력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원자력산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기술자로서 우리나라 원자력에너지의 미래는 기술에 달려있고, 기술에 매진하는 한 언젠가 원자력에너지가 우리나라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담당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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