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김신편집국장] 동북아 오일허브는 1단계 사업으로 2013년 여수에 상업용 저장시설을 건설돼 운영중이고 2단계로 울산 북항과 남항에 추가 저장시설 건설이 진행중이다.

지난 2013년, 울산에서 열린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 기공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에너지 분야 창조경제의 대표 사례라고 평가했고 사업 성공을 위해서 규제완화 등 국회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오일허브에서 국내외 석유 물류 기업들이 자유롭게 석유를 브랜딩하고 유통할 수 있는 ‘국제석유거래업’ 신설 법안을 제안했는데 국회 산업위 법안 심사 소위에 계류돼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창조경제 길목을 국회가 막아서고 있는 형국이다.

법안 심의 과정에서 국회는 수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의 타당성이나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울산 북항과 남항에 각각 990만 배럴과 1850만 배럴 규모의 상업용 저장시설 건설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석유공사와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저장시설 과잉이 우려된다.

오일허브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국내외 석유수출입업체와 물류기업들이 폭넓게 참여해 자유롭게 석유를 저장, 유통, 거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작 이 사업에 투자하려는 해외 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울산 북항 터미널 건설 법인인 코리아오일터미널(주) 설립 당시에 38%의 지분을 참여하겠다고 약속한 세계 1위 탱크터미널 운영업체인 보팍(Vopak)그룹이 현재는 발을 뺀 상태다.

보팍을 대신해 정부는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펙과 투자 기본계약(HOA)을 체결했지만 역시 법적 구속력이 없어 본계약 체결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글로벌 석유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정부는 러시아나 카타르,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에 동북아 오일허브 참여를 제안하고 있지만 실제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이 있다는 소식은 들려 오지 않고 있다.

동북아 오일허브에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석유를 거래하며 안정적인 물동량이 확보될 수 있다면 국내 자본으로 탱크터미널을 건설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은 여수 오일허브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던 오일탱킹과 글렌코어가 손을 들고 나갔고 울산 북항 건설 사업 투자를 약속했던 보팍도 포기 선언을 했는데 이들 글로벌 석유물류기업들이 당초의 투자 약속을 번복한 것은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국회가 정부에 주문하는 메시지는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에 투자할 글로벌 석유 물류기업을 유치하고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먼저 마련하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이 이전 정권의 실패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전 정부에서 석유공사 등 에너지 공공기관장들은 정권의 치적쌓기에 동원돼 묻지마 식 해외 자원개발 투자에 나섰고 이들 기관의 이사회는 거수기 역할에 그치면서 천문학적 혈세를 탕진하는 참사로 이어지는 과정을 우리는 지켜봐왔다.

그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국회의 우려와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1조6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울산 오일허브 사업의 경제성과 추진 타당성을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의 1단계로 추진된 오일허브코리아여수(OKYC, Oilhub Korea Yeosu co.Ltd)와 관련해 정부는 저장시설임대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계약률’이 높다며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에 당초 투자를 약속했던 글로벌 기업인 오일탱킹, 글렌코어 등이 참여하지 않았고 현재의 주주 구성은 중국항공석유가 유일하게 외국계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을 뿐 석유공사와 정유사 등 국내 기업들로 채워져 있다.

정유사 등 국내 기업들은 주주로 참여하는 옵션에 묶여 오일허브코리아여수가 조성한 저장시설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며 연간 100억원이 넘는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으니 정부 발표대로 저장시설 계약률은 높을 수 있겠지만 오일허브의 취지처럼 다양한 국내외 석유 물류 기업들이 참여해 높은 석유 순환율이 형성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자를 약속했던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모두 손을 털고 나가는 상황인데도 현 정권의 국정과제로 선정됐다는 이유만으로 막연하게 잘 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를 내세워 천문학적 혈세를 투입하고 애꿎은 국내 민간 기업들에게 투자를 강요하며 단순한 저장시설로 전락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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