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폭염속에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타당한가에 대한 시비가 한창이다.

이 논란의 또 다른 측면은 산업용 전기요금에는 적용되지 않는 누진제가 왜 가정용에만 적용되느냐다.

결론적으로 일반인들은 폭염속에서 에어컨을 가동하면 누진제 폭탄을 맞을 수 있는데 엄청난 이익을 거두고 있는 기업들은 값싼 산업용 전력 요금을 적용받는 ‘차별’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4년, 한 법무법인에서는 주택용 전기요금만 누진제가 적용되는 요금 체계가 불공정하다며 부당하게 징수한 전기요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1심이 진행중이다.

사실 왠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펄펄 끓는 한 낮 폭염은 물론이고 잠 못이루는 열대야속에서도 맘 놓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

기본요금과 전력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나눠진 누진 요금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누진(累進)’의 사전적 의미는 가격이나 수량이 늘어나는 만큼 그에 대한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전기요금의 경우 전기사용량이 많을수록 요금에 적용되는 비율이 높아지는데 문제는 6단계로 운용되는 누진비율이 사용량이 높아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점이다.

사용량별 구간은 100kWh 단위로 산정되는데 사용량이 높아져 누진 적용 구간이 커질 수록 요금 인상율은 급격하게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마지막 단계의 인상율 기울기는 수직에 가까울 정도가 된다.

전력사용량이 100kWh에서 600kWh로 늘었다고 누진 적용율이 6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경우에 따라 10배, 20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전력요금에 급격한 누진율을 적용하는 나라는 우리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기업들이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는 전체 전력 소비의 절반을 넘고 있는데도 누진율이 적용되지 않고 있고 심지어 사용 시점에 따라 즉 심야시간 등에 사용하면 할인율 등을 적용받는다.

국부의 상당부분을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가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결국 전기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가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가정용과 산업용 요금에 대한 형평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 역시 틀린 것이 아니다.

현재 진행중인 소송은 한전이 책정하는 전기요금 체계가 가정용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이익에 반하는 불공정한 약관이라는 점에 맞춰져 있으니 법원의 법리적인 판결은 향후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유지에 대한 중대한 기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를 구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요구된다.

석유 등 수송에너지에 고율의 유류세금을 부과하는 이유중 하나로 정부는 에너지 소비절약을 강조해왔다.

석유제품이 과거 귀금속이나 모피, 유흥음식 같은 사치품의 반열에 포함돼 특별소비세를 부과받던 시절이 있었지만 경제 발전으로 생필 수단이 된 다음에도 과세가 유지되면서 적정성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에너지 과소비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워 방어했고 현재는 등유와 LPG에 개별소비세 명목으로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조세 형태가 아니면서도 누진율 형태의 요금 부과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가정용 전기요금 시스템 역시 과도한 전력 낭비를 막기 위한 것으로 포장되고 있다.

가정용 전력은 전체 소비의 10% 수준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 평균 온도도 상승하면서 예년 보다 이른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일반 가정에서는 전기료가 두려워 냉방을 가동하지 못하는 현실, 그 한편에서는 수출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값싼 요금을 부과받는 산업용 전기 체제에 대해 정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춘 논리로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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