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윤원철 교수.

아마도 금년 우리나라 에너지와 관련된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일 것이다. 이 제도는 1973년 석유파동을 계기로 에너지 소비 절약을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현행 누진제도는 전기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순차적으로 높은 단가가 적용되는 구조이다. 여러 차례의 변경을 거쳐 현재는 100kWh 단위로 6단계, 최저와 최고간의 누진율은 11.7배로 운영되고 있다.

무려 40년이 훌쩍 넘은 누진제가 이번 여름에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연일 무더위에 전기요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누적된 것이 일차적인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 정치권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정부와 한국전력이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현재 누진제 개편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함께하는 태스크포스가 출범하였다.

이번 누진제 개편과 관련하여 단순히 누진체계의 개선뿐 아니라 전기요금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 교육용 등 사용용도에 따라, 그리고 각종 정책적 고려에 따라 용도별로 차등적으로 부과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용도별 교차보조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주택용 전기요금만 뜯어고친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다수의 전문가들은 한국전력이 전력공급 비용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가를 모르는 상태에서 용도별로 전기요금이 낮은지 높은지를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전력의 원가 공개 여부는 이번 태스크포스의 성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또한 전기요금을 실제로 지불할 당사자인 전기 소비자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번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방안의 하나로 선택형 요금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마치 이동통신 요금제와 같이 다양한 요금제를 도입하여 소비자들이 선택하도록 하자는 얘기이다. 어쩌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솔깃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다. 여전히 한국전력이 독점적으로 전기 판매사업을 계속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이 전기 판매사업을 독점적으로 한다는 것이 과연 문제인가? 지난 수십년간 별다른 문제없이 전기를 사용하였던 소비자 입장에서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재화나 서비스를 생각해 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다수의 사업자가 경쟁하면서 이들은 소비자에게 차별적인 서비스와 다양한 가격을 제시한다.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와 가격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소비자 입장에서 제대로 된 선택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한국전력도 다양한 요금제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다수의 전기 판매사업자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들이 경쟁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와 요금제를 제시하는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경쟁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 주변에 하나의 식당만이 존재하고 이 식당에서는 단일 메뉴만 제공한다고 상상해 보자. 단일 메뉴에 싫증난 고객들의 불만으로 메뉴를 다양화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군데 식당이 생겨 다양한 메뉴와 가격을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OECD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이미 전기 또한 판매시장이 개방되어 있다. 다수의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요금제가 존재한다. 게다가 우리가 이동통신 사업자를 손쉽게 변경하듯이 전기 판매사업자도 소비자들이 전화 한 통이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이번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은 단지 누진단계를 줄이고 누진단가를 완화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누려야 할 진정한 선택권을 되찾는 구조적인 해결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요금제도 변경을 넘어서 전기 판매시장의 구조적인 개편이 필요할 것이다.

<에너지칼럼 기고 :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윤원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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