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 허은녕 교수
국제유가가 어느새 배럴당 50달러를 훌쩍 넘어서 100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물가의 변화를 고려하더라도 이 가격이면 1980년대 2차 석유위기 이후 20년 만에 다시 새로운 석유위기가 우리에게 다가왔다고 할 수 있다.

에너지원을 타국에 거의 전부를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위기시점에 세계의 에너지정책 흐름과 기술의 변화를 파악하고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최근 열린 에너지관련 두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6월 초 에너지정책분야의 대표적인 국제 학술대회인 IAEE 국제학술대회가 대만에서 열렸다. IAEE(International Association of Energy Economics)는 에너지경제 및 정책 부분의 세계 최대 학회로서 매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는데 올해는 1980년대 중반 일본에서 개최된 이후 20년 만에 아시아에서 개최된 것이었다.

당연히 주요 주제가 아시아의 에너지 문제였으며 주최국인 대만은 부통령이 나와 개회식 환영사를 하고 국영석유회사(CPC, China Petroleum Corporation)와 전력회사 등 국가에너지공기업이 행사를 적극 지원하는 등 거국적으로 행사를 치루어 세계 각국의 참가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일본은 50명이 넘는 관계, 연구계 및 학계의 전문가들을 참석시켜 주요 정책세션의 좌장과 기조연설을 맡아 일본의 입장을 대변했고 더 나아가 일본 특별세션을 두 개나 여는 등 활발한 참여를 하였다.

중국은 비록 이 학회가 대만에서 열렸지만 대만과의 에너지관계 등을 기조로 세션을 열고 여기에 정부관료들이 다수 참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학교수와 학생, 민간기업 등에서 개인자격으로 단 5명만이 참석했고, 정부기관이나 공기업, 연구기관에서는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아 일본이나 중국과 크게 대조를 보였다.

이는 필자의 경험으로도 최근 2~3년 동안 이 학회에 참여한 가장 적은 수 였다. 당연히 한국은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일본과 중국 이야기만 있었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학회는 특히 1990년대 한 때 우리나라도 개최를 추진한 바 있는 국제학회였기에 그 상실감은 매우 컸다.

우리나라의 위상을 알리는 것은 고사하고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학회 조차 참여하지 않는다면 에너지부문의 우리의 국제적인 위상을 깎아내리는 일인데도 말이다. 아마도 이제는 우리나라가 이러한 학회를 개최할 여력이나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국제경쟁력은 커녕 우리 스스로 세계에너지시장에서 월세살이를 하는 나라로 인정하고 있음이 여실히 느껴지는 자리였다.

또 하나의 학회는 5월말 부산에서 열린 ICT2005였다.

정보통신과 에너지의 만남을 주선하는 이 학회는 학계보다는 산업계가 중심이 된 국제학회인데, 다행히 우리나라 가스업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한국에 유치할 수 있었다.

문제는 가스업계를 제외한 다른 에너지부분의 무관심이었다.

정보통신과 에너지의 만남은 가스뿐 만 아니라 전력거래소를 운영하는 전력부문과 동북아 석유시장을 유치하려는 석유업계 등이 더욱 관심을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행사를 지원하는 선에서 관심이 그치고 말았다. 에너지업계에 제품을 제안하여야 할 정보통신업계의 참여율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업계들이 국내 문제에만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국내 내수산업뿐만 아니라 국제무대에도 진출한 에너지업체나 공기업이 몇이나 있는가?

당연히 국제관련 전문인력이 부족하며 석유수입 4위, 가스수입 3위를 자랑하지만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은 매우 적다.

에너지관련 국책연구원들 역시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에너지분야에서는 아무도 국제적인 경쟁력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혁신을 바탕으로 국가의 모든 산업분야가 국제수준으로의 발전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에너지분야는 기술수준도, 정책수준도 아직 국내용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정부와 기업들은 고급인력양성을 포함한 에너지 분야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장기계획이 수립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분야 공무원과 국책연구원 역시 외국에서 수입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에너지관련 기업들도 이제 국내수요에 안주하지 말고 국제경쟁력을 갖추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이 역시 고급전문인재의 육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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