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앤이타임즈 김신 편집국장]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유행하는 단어중 하나가 ‘합리적 의심’이다.

증거가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실에 기초한 의혹들이 너무나 많아 도하 언론들은 이른바 ‘합리적 의심’에 기초한 보도들을 내놓고 있다.

느닷없이 ‘합리적 의심’을 화두로 꺼낸 것은 정부가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석유유통단계 규제 완화 배경을 얘기하기 위해서다.

산업부는 석유 소매 단계인 주유소와 석유일반판매소간 수평적인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인데 두 소매 사업자간 거래 칸막이를 없애 경쟁을 촉진시키고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석유사업자들은 유통단계가 다원화되면서 가짜석유나 무자료 거래 같은 불법행위가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수평거래를 허용하려는 진짜 속내는 대그룹인 농협 석유 판매소의 경쟁력을 늘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현행 석유사업법에서 석유일반판매소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구매할 수 없어 석유대리점을 통해야 한다.
농협 석유일반판매소 역시 같은 지역 단위 조합에서 운영하는 농협주유소를 통해 기름을 구매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농협이 한 회계법인에 의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농협 석유일반판매소가 석유대리점 등을 통해 구매하는 석유 단가가 농협주유소의 매입 단가보다 과도하게 높아 이들 판매소와 주유소간 거래가 허용하면 판매소가 농민에게 제공하는 기름값이 낮아지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농협 입장만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다만 석유 유통 시장이 농협만이 아닌 훨씬 많은 일반 주유소와 석유일반판매소가 경쟁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시장이라는 이해관계를 대입하면 아전인수격의 해석이 될 수 있다.

석유유통시장은 최상위 공급자인 정유사와 소매 사업자인 주유소가 직거래 할 수 있는 단순한 유통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그 사이에 대리점 등 도매 사업자를 추가하더라도 2, 3 단계를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반 주유소나 판매소들이 우려하는 것 처럼 수평거래 칸막이가 없어지면 고율의 유류세를 탈루하기 위한 가짜석유 유통이나 무자료 거래 같은 불법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은 높아지고 추적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이 우려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굳이 수평거래 허용 범위를 넓히려는 속내는 농협주유소와 판매소간 직거래를 허용해 농협 이익을 늘려주기 위한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일반 석유유통사업자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그 의심에 대해 역시 합리적인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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