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유통협회 김복주 상근부회장

▲ 김복주 상근 부회장
최근 석유유통시장에서 수입사의 입지가 사면초가(四面楚歌)다.

한마디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러가지 원인과 이유가 있겠지만 그동안 수입사는 석유유통단계의 한 축으로서 유류수입 및 공급자로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석유유통시장 활성화라는 순기능적인 측면에서 수입사가 어느 정도 기여를 한 부문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평가를 하고 싶다.

하지만 작금의 석유수입사 위기는 석유유통시장이 짊어지고 극복해야 할 무거운 짐을 하나 남겨 놓았다. 수입사 계열대리점의 처리 문제가 그것이다. 다시 말하면 수입사와 공급계약을 맺고 석유대리점 업을 등록했지만 모태격인 수입사가 업을 정리하거나 전혀 수입 실적도 없는 등 유류공급 자체를 받을 수 없는 계열대리점이 대거 잔존해 있다.

이들 수입사 계열 대리점은 2001년 9월, 정부가 복수상표표시제를 통해 Non-Brand 제품을 제도적으로 유통할 수 있게 길을 터 준 후 급속히 늘어났다.

특히 국내시장에서 제도적으로 복수거래가 가능해지자 신규 공급업자로서 생존하기 위해서 석유수입사들은 판매처가 필요했고 그 일환으로 대리점 업권을 남발, 암암리에 덤핑물량을 거래하던 대형판매소(부판점)를 계열 대리점화시켜 대거 제도권으로 흡수, 영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고유가 한파라는 복병 때문에 수입사는 절대 절명의 위기 처했고 업권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정상 영업하는 수입사가 2~3개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수입사 계열대리점은 그야말로 모태가 사라진 사생아로 전락하고 말았다.

더 큰 문제는 수입사 위기로 일부 대리점들이 현물시장을 비롯한 여기저기서 유류를 공급받으면서 품질책임소재가 불분명한 불법유류를 유통시키고 상표표시를 위반함은 물론 탈세원인제공, 비정상적인 거래 등으로 기존의 상거래질서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정부와 시장에 이미 모태잃은 일부 대리점의 비정상적인 공급거래 문제와 불법유통행위(상표표시위반, 불량유류유통, 수평거래 등)의 가능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특히 상거래 질서의 파괴와 유통상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영업하는 석유대리점과 주유소의 피해는 물론 소비자도 실질적 상표선택권을 침해당할 뿐만 아니라 품질에 대한 보증도 받기 어려워지는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해왔다.

상황이 이쯤 되면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실적없는 수입사 계열대리점을 정리하거나 퇴출시킬 아무런 법적 근거나 규정이 없고 사후관리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역시 미비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정부는 석유유통시장의 불합리한 부문을 개선하고 정상적인 상거래 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석유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준비 중이다. 늦었지만 정부가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확실한 제도개선을 할 것이라고 말하는 만큼 기대하는 바가 크다. 다만 석유유통시장 관련해서 반드시 연구용역을 통해 개선해야할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우선 첫째로 대리점 등록 및 시설기준을 보완해야 한다. 즉 대리점 등록 및 시설기준에 수입사 계열대리점처럼 모태격인 공급사가 폐업했을 경우 자진 폐업하거나 신규 공급사를 재등록하도록 법제화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복수 상표표시제관련 대리점들의 상표표시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 특히 하나의 상표제품을 공급하든 아니면 상표제품과 비상표 제품을 동시에 공급하든 선택권을 존중, 상표와 비상표 표시를 명확하게 구분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시 공급자도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품질미달제품 및 자격미달 석유대리점에 대한 제재조치가 있어야 한다. 혼유 등에 의한 품질기준 미달제품을 판매․저장한 석유대리점과 실적없는 공급사와 대리점 공급계약을 맺고 전혀 다른 공급사와 무차별 거래를 하는 석유대리점에 대해 제재조치 대상임을 명시하고 사후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 유통체계의 기본 골격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공급자로서 대리점이 석유류의 특수성(전략물자, 전량수입)을 감안한 수급안정, 품질유지, 유통질서 확립(부정․불법․무자료거래 지양) 등 건전한 시장경쟁체제를 구축하고 상거래 질서 확립 차원에서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기회에 정상적으로 법을 준수하며 영업하는 선량한 석유유통업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확실한 제도개선책 마련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