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위섭 세종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 배위섭 교수
유가가 연일 사상최고가를 기록하면서 과거 70년대 오일위기의 재현을 보는 듯하다. 유가가 폭등하니 원자력에 대한 분위기도 과거와는 다른 것 같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물론 과거에도 작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1993년 동력자원부가 상공부에 흡수합병된 지 어언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1980년대 이후 저유가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 정부는 해외원유를 값싸게 도입하는 방안에 주력하였으며 해외유전개발과 같이 근본적으로 원유를 확보하는 정책은 남북문제, 벤처육성 등과 같은 국내의 급박한 사안에 의하여 뒤로 밀리게 된 것이다.

어떤 에너지전문가는 원유공급을 해외도입에 의존하는 것은 우리들의 주거를 전셋집에 의존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 바 있다.

우리의 손으로 직접 개발하는 자주개발원유의 도입이야말로 집장만을 하여 거주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작금의 고유가사태는 과거의 오일위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의 것이다.

2020년 무렵 석유생산이 피크에 도달하고 이후 점차 감소할 것이라는 지질학자 킹 허버트의 이론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화석연료의 특성상 석유와 가스는 수세기 이내에 고갈될 운명이며 중국, 인도 등 신흥 개발국가들의 급격한 에너지소비까지 겹쳐서 석유시장은 더욱 더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다.

이러한 국내외 사정을 감안할 때 최근 신설된 에너지차관제는 때늦은 감이 있다고 할 것이다.

미국, 영국 등 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강대국 뿐 아니라, 자원이 부족한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도 에너지자원을 담당하는 고유부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이들 강대국들이 1, 2차 세계대전 등 전쟁을 통하여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에너지업계의 동료와 담화를 나누는 가운데 ‘유능한 행정가’란 어떤 행정가인가? 에 대하여 나름대로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예술가들은 창의성있는 작품으로 평가를 받으며 애널리스트는 분석력, 기획실에서 일하는 기업인은 기획력 등으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행정가들은 상위직에 있을수록 굵직 굵직한 정책을 챙기고 방향을 제시하며 아래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업무를 이관할 수 있는 덕목이 중요하다는 것에 모두들 동의하였다.

에너지산업은 공공의 성격이 강하고 대규모의 사업이 많으며 먼 장래를 보고 투자를 결정지어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최고의 화두는 과거 십수년 동안 ‘안정적인 에너지원의 확보’이었다.

80년대 이후 저유가시대에는 원유를 값싸게 도입하는 방안이 주요 쟁점이었으며 때로 안전과 환경이라는 문제가 에너지정책의 주요한 변수로 작용하였다.

다시 말할 필요도 없이 에너지원의 98%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는 언제나 에너지원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확보가 중요한 문제이었다.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은 2010년 무렵 석유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하며 이는 앞서 언급한 화석연료의 고갈성과 중국, 인도 등 신흥공업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관련된 것이다.

에너지빈국인 우리는 이에 대한 준비를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고 걱정한다.

경제도약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 중국은 이미 유전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으며 최근 유노칼의 인수추진을 보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에너지확보 전쟁은 향후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20년, 30년의 장기적 차원에서는 태양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며 화석연료이후의 시대도 대비해야한다.

새로운 에너지차관은 단기, 중기, 장기적 차원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에너지원을 확보해야할 것인지 그리고 수요관리, 환경, 안전문제와 에너지정책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이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여 주기를 모든 우리 국민은 바라고 있다.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향후 십년, 이십년 앞을 바라보는 안목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을 수립하여 역사에 남는 에너지차관이 등장하기를 바라면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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