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대리점*주유소 단체, 국정기획자문委 면담*건의문 제출
‘기름값 묘하다, MB 말에 급조된 포퓰리즘적 시장 개입’ 주장
도로공사 등 공기업 불공정행위 공정위 제소 계획도 새 정부에 전달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으로 촉발된 정부의 주유소 시장 개입 철회를 주문하는 석유유통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정권 초기에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석유대리점 사업자단체인 한국석유유통협회(회장 김정훈)는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정부의 알뜰주유소 문제점 및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건의문을 공식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특정 알뜰주유소에 시설개선지원과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민간 시장에 진입했지만 기름값 인하 효과는 미미하고 과열 경쟁에 시달리는 민간 시장 생태계만 파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부당한 시장 개입이 과거 정부의 ‘적폐(積弊)’라는 점을 강조해 새 정부에서 청산이 필요하다며 과거 정권과의 차별성도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역시 국정기획자문위원, 국회 산업위 여야 간사 등을 면담하고 건의문을 전달하는 등 알뜰주유소를 포함한 주유소 업계 현안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키는 중이다.

◇ 알뜰 기름값 인하는 정부 지원 효과일 뿐

정부는 시중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낮추겠다며 알뜰주유소를 런칭하고 시장에 개입했지만 실제 인하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 석유유통협회의 설명이다.

오피넷 자료를 토대로 2013년 기준 자영 알뜰과 자가 상표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을 비교한 결과 자영 알뜰주유소 기름값이 리터당 20원 낮은데 그쳤고 그나마 지난해에는 8원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알뜰주유소 기름값 인하 효과도 국민 세금을 동원해 세제∙자금∙시설 개선 등을 지원한 인위적 특혜 결과라고 지적했다.

2014년 기준 주유소 평균 영업이익률이 1.81%에 그치며 도소매업 평균 이익률인 5.2% 보다 크게 낮은 상황이나 휴업주유소가 매년 늘어 지난해는 544곳까지 증가한 점을 들어 정부 시장 개입에 따른 과열 경쟁 부작용으로 꼽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주유소 실직자가 대량으로 양산되고 있는 점도 강조했다.

 

건의문에 따르면 ‘정부가 알뜰주유소 판매가격을 낮추기 위해 세제∙자금∙시설 등을 직접 지원하면서 경쟁력이 약한 골목상권 주유소들의 휴·폐업 증가로 이어졌다“며 ‘알뜰주유소가 본격 등장한 2012년 이후 2016년까지 총 1301개 주유소가 폐업했는데 한 개 주유소당 평균 고용 인력이 8명인 점을 감안하면 5년간 약 1만 여 명이 주유소 일자리를 잃고 실직했다’고 분석했다.

공기업의 민간 시장 개입 문제도 제기했다.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석유공사가 현격히 낮은 수익률을 책정해 석유 공급 가격에 반영하면서 시장 결정 가격 붕괴를 유발하고 있다는 조세재정연구원 연구 자료를 언급한 것.

고속도로주유소 위탁 운영 계약의 연장 권한을 남용해 도로공사가 출혈 경쟁을 강요하고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행위 제소를 준비중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새 정부 들어 과거 정부 적폐 청산 요구가 커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이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한마디에 급조된 포퓰리즘 산물로 정책효과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관행적으로 진행된 지난 정권 적폐 청산 대상의 하나라고 석유유통협회는 지적했다.

◇ ‘정권 초기 이슈화 못하면 현 구조 고착화’ 위기감 반영

청와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등에 건의문을 제출했고 석유유통협회와 공동으로 추가 정책 건의도 계획중인 한국주유소협회도 신정부 주요 인사 면담 등을 통해 정부의 부당한 시장 개입 철회를 요구중이다.

주유소협회 김문식 회장은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연명 사회분과위원장을 만나 알뜰주유소 등 정부의 부당한 석유유통 시장 개입의 문제점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김문식 회장이 청와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국회 산업위 여야 의원 등을 면담하며 알뜰주유소가 등장하고 도로공사가 고속도로주유소 기름값 결정에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하면서 일반 주유소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감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설개선자금 등 일반 주유소들은 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정부가 국가 재정을 활용해 알뜰주유소에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훼손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주유소협회는 석유유통협회와 공동으로 이 달 중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등에 정부의 석유유통시장 개입 철회를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건의문도 다시 전달한다.

석유유통업계가 정부의 주유소 시장 개입 철회를 요구하며 다양한 경로로 정권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건의문을 제출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정권 초기에 이슈화하지 못하면 현 유통구조 고착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석유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4대강 개발과 자원개발 사업 등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진행된 정책 부실 사업에 대한 적폐 청산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통령 관심 사업이라는 이유로 알뜰주유소 같은 정부의 행정력 남용 행위가 벌어진 것 역시 적폐 청산 대상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정부의 시장 개입 철회를 보다 강력하고 다양한 수단으로 주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석유유통업계 반발과는 무관하게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8월로 종료되는 알뜰주유소 석유 공급 계약 연장을 위해 입찰 강행 의사를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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