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공단과 협약, 이달부터 자동차검사소서 무상 판별
판별 신뢰성 이유로 상용화에 부정적, 조폐공사는 정확도 99% 주장
석유관리원도 비노출검사차량 운영, 간이 검사로 식별 용지와 유사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공동 개발 연구도 거절, 고유 영역 침범에 위기감 느꼈나?-

화폐 제조와 더불어 화폐 위변조 방지나 감별 등 보안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조폐공사가 자체 개발한 가짜휘발유 판별 용지의 신뢰성과 관련해 가짜석유 법정 단속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이 부정적 입장을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5년부터 사내 벤처 사업의 일환으로 가짜휘발유 판별 용지 개발에 착수한 조폐공사는 최근 상용화에 성공하고 교통안전공단을 통해 무상 보급중이다.

공단과 협약을 맺고 이달부터 자동차검사소를 통해 차량 정기 점검을 받는 일반 운전자에게 무상으로 판별 용지를 제공하며 현장에서 정품 여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하지만 석유관리원은 조폐공사 개발 제품이 가짜석유를 정상으로 판정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소비자 혼란이 예상된다며 시중 유통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조폐공사가 개발한 가짜휘발유 판별 용지는 정품 휘발유에 포함되어 있지 않는 성분이 검출되면 용지 색깔이 변색되는 원리가 적용됐다.

산성과 알카리성을 판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유사한 개념인 셈이다.

▲ 조폐공사에서 개발해 무상 보급중인 가짜휘발유 판별 용지. 정품휘발유에 들어 있지 않은 성분이 검출되면 변색되며 가짜 여부를 식별하는 원리다.

조폐공사에 따르면 가짜휘발유에 포함된 특정성분이 판별 용지와 반응하면 짧게는 5초에서 길어도 2분 이내에 남색으로 변색된다.

이와 관련해 조폐공사는 이달부터 교통안전공단 전국 25개 자동차검사소를 통해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는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가짜휘발유 판별 무상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자동차 정기 점검 과정에서 차량 소유주가 구매한 휘발유의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가짜석유 유통 근절에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는 해석인데 석유관리원은 조폐공사가 개발한 판별용지의 기술적 한계 등을 지적하고 시중에 유통되기 이전에 정확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 가짜휘발유 특정 성분 식별, 정확도 99% - 조폐공사

조폐공사에 따르면 가짜휘발유 판별 용지는 정품 휘발유 여부를 식별하는 정확도가 99% 수준에 달한다.

화폐 위변조와 방지 기술에 특화된 조폐공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된 판별 용지는 정품 휘발유에 함유되지 않고 가짜휘발유에만 포함되어 있는 특정 성분을 검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가짜석유 압수물 보관 업무를 담당했던 한국환경공단에서 보유중인 다양한 유형의 가짜 휘발유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판별 용지가 걸러낼 수 있는 특정 성분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고 가짜휘발유의 대명사인 세녹스에도 이 특정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조폐공사측은 밝혔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가짜 휘발유 판별용지는 육안으로 쉽게 정품 휘발유 진위 여부를 식별할 수 있어 가짜휘발유 유통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내년 부터는 사내 벤처에서 가짜경유 판별 용지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석유관리원은 조폐공사 개발 제품의 시중 유통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본지가 확보한 석유관리원의 국정감사 관련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판별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보급되는 것은 부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이다.

석유관리원은 그 이유로 정상휘발유도 가짜석유에 해당할 수 있는 가짜석유 제조 과정의 특성, 특정 성분만 판별하는 조폐공사 판별 특수용지의 기술적 한계 등을 지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석유관리원 역시 비노출검사차량을 이용해 주유소 등에서 판매하는 가짜석유 간이 식별 활동을 확대하는 것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가짜석유 판매 업자들이 이중 저장 탱크 등을 설치해 석유관리원 단속에는 정품 석유제품을 공급하고 일반 차량에는 가짜석유를 판매하는 편법을 차단하기 위해 석유관리원이 개발한 것이 ‘비노출검사차량’으로 차량 기름탱크에 석유제품이 주입되면 현장에서 가짜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비노출차량에서 가짜석유로 판별되면 석유관리원 직원들이 즉각 투입돼 공식 품질 검사를 벌여 불법 현장을 적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

▲ 한국석유관리원이 운영중인 비노출 검사차량 트렁크에 가짜석유 식별 장치가 탑재된 모습(사진 왼쪽) 오른쪽 사진은 석유관리원 직원이 비노출검사차량에 주입된 석유의 정품 여부를 확인하는 장면.

다만 비노출검사차량을 통한 검사 결과는 법정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간이 검사로 가짜석유 여부를 사전에 비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폐공사가 개발한 가짜휘발유 판별 용지와 차이가 없다는 해석이다.

현재 석유관리원이 보유중인 비노출 품질 단속 차량은 총 13대로 파악되고 있는데 차량 개조 비용이 상당한데도 불시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증차한다는 계획이다.

◇ 가짜경유 판별 공동 연구도 제안, 관리원서 독점 사용 요구

이와 관련해 조폐공사측은 가짜휘발유 판별 용지는 현장에서 육안으로 쉽게 휘발유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가짜석유 유통 시도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내년부터는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를 통한 가짜휘발유 판별 시범 서비스를 본 사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가짜휘발유 판별 무상서비스 결과를 피드백 받아 지속적으로 판별기능을 강화하고 내년부터는 가짜 경유 판별용지도 개발하겠다고 밝혀 국내 유일한 가짜석유 법정 단속 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조폐공사는 한국석유관리원에 가짜휘발유 판별 용지 공동 사업을 제안했는데 거절당했고 가짜경유 판별 용지 공동 연구는 개발 제품의 독점 사용을 석유관리원이 조건으로 제시해 무산됐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조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석유관리원 요청으로 조폐공사가 개발한 가짜휘발유 판별 용지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받았고 이후 가짜석유 판별용지 공동사업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올해 7월에는 가짜경유 판별용지 및 가짜경유 판별 특수물질 공동연구를 제안했는데 석유관리원에서 개발품 독점 사용을 공동연구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무산됐다는 설명이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조폐공사가 가짜석유 판별용지 등을 개발하는 것은 대국민 무상 서비스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개발품을 석유관리원이 (사업적 목적으로) 독점 사용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 협상이 결렬됐고 내년부터 자체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혀 석유관리원이 가짜석유 유통을 사전 차단하고 계도하기 위한 공익적 협력 보다 고유 사업 영역을 지키는데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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