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주민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반대…길거리 나앉을 판’
탈원전 시민단체, ‘정부, 탈원전 의지 없어…계획 전면 백지화해야’
산업부, ‘탈원전보다 전력수급관리가 핵심…월성주민들께는 죄송’

▲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지앤이타임즈 박병인 기자] 매번 그래왔듯 이번 8차 전력수급계획 공청회도 고성과 욕설, 몸싸움이 난무하며 아수라장 속에 치러졌다.

산업부는 28일 한국전력 남서울지역본부 대강당에서 ‘제8차 전력수급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는 산업부 박원주 에너지자원실장, 최우석 전력산업과장 등 산업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반증이라도 하듯 시민들도 대거 참석해 공청회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이번 공청회는 문재인 정권이 ‘탈원전, 탈석탄’을 표방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전력수급계획 공청회였다. 이날 공청회의 핵심키워드는 탈원전으로, 찬‧반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공청회장 밖에서부터 탈원전 정책 찬성파, 반대파로 나뉘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대규모 경찰병력이 배치됐지만 시위가 워낙 거셌기 때문에 시위자들을 제지하는데 진땀을 뺐다.

공청회장 내부에서는 탈원전 정책 찬·반을 막론하고 8차 전력수급계획과 이를 발표한 산업부에 대한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반대파들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인근 주민들의 생존권 위협을 이유로, 찬성파들은 이번 계획이 탈원전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산업부에 격렬한 비난을 가했다.

산업부는 찬·반 양측의 집중 포화에 당황하는 눈치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수급계획은 탈원전이 핵심이 아니며 강력한 수급관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발전연료 전환을 이루는 것”이라고 에둘러 설명했다.

◆ 월성 주민들, ‘주민 무시하고 원전 짓더니…이젠 밥그릇도 내놓으라고 해’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울진·경주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상당히 거셌다. 이들은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가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수명이 다해가고 있는 월성 1호기는 지난 2015년 원안위의 조사결과에 따라 2022년 11월까지 수명이 연장된 바 있다.

하지만 탈원전을 표방하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최근 발생한 경주지진과 맞물리면서 월성 1호기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제기됐다. 논의 끝에 산업부는 내년부터 월성 1호기를 발전설비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산업부는 내년 상반기 중 경제성, 지역 수용성 등 계속 가동에 대한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폐쇄시기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산업부의 결정에 대해 월성 1호기 인근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월성 1호기 인근 주민들은 대부분 원전과 연계된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주·울진지역은 월성 1호기가 건설되면서 인구가 유입되지 않아 다른 지역에 비해 경제적인 인프라가 발전하지 못했다. 즉 주민들은 다른 직업을 구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한 주민은 “원전 건설할 때는 주민의견은 들어보지도 않고 밀어붙여 힘들게 하더니, 이제 주민들이 힘들게 적응해 먹고살만해지니 없애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한 주민은 “이미 원안위에서 안전하다고 결론이 난 사항인데 왜 번복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월성 1호기를 원래 약속대로 2022년까지 가동시켜달라”고 요구했다.

◆ 탈원전 찬성파, ‘다음정권에 탈원전 정책 떠넘기기’ 의혹 제기

비록 탈원전을 내세웠던 정부지만 이번 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는 오히려 원전이 늘어난다.

월성 1호기는 조기폐쇄 예정이지만, 2022년까지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4·5호기는 신규 건설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1개의 원전이 폐쇄되고, 4기의 원전이 늘어나 총 3개의 원전이 늘어나게 된다.

다만 2023년부터 2030년까지는 신고리 6호기가 추가 건설되지만, 수명완료 원전 10기가 폐쇄된다.

이에 따라 원전 발전설비량은 올해 22.5GW에서 2022년에는 27.5GW로 오히려 늘어나고, 2030년에는 20.4GW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원전은 2030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탈원전 찬성파들은 8차 전력수급계획은 탈원전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무의미한 계획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만료시점인 2022년의 원전 발전설비량이 올해보다도 많아진다는 것은 다음정권에 탈원전 정책을 떠넘기기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영덕 핵발전소반대군민연대 김종혁 대표는 “8차 전력수급계획은 핵발전소 확대를 위한 꼼수다”라며 “문재인 정권은 역대 대통령 중 최고로 많은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가동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또 “정부가 8차 전력수급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서 확실한 탈원전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비판했다.

◆ 산업부, ‘전력수급계획, 탈원전 핵심 아냐…강력한 수급관리가 포인트’

산업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찬·반 양측의 계속된 질문공세와 의혹제기를 일일이 해명하는데 진땀을 뺐다.

산업부 최우석 전력산업과장은 “지금 탈원전에 대해서만 논의되는 것 같은데, 8차 전력수급계획의 핵심은 탈원전, 탈석탄이 아니다”라며 “이번 8차 전력수급계획은 전력수요관리를 강화해 자연스러운 에너지믹스 전환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원전, 석탄발전의 발전설비량이 2030년까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다.

원전은 올해 22.5GW에서 2030년 20.4GW로 소폭감소하고, 석탄발전의 경우에는 올해 36.9GW에서 2030년에는 39.9GW로 소폭 증가한다.

다만 재생에너지와 LNG의 발전설비량도 증가하는데,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량은 올해 11.36GW(실효용량 3.1GW)에서 2022년에는 23.3GW(실 효용량 4.8GW), 2030년에는 58.5GW(실 효용량 8.8GW)로 늘어난다.

LNG발전설비량의 경우에는 올해 37.4GW에서 2022년에는 42.0GW, 2030년에는 44.3GW까지 늘어난다.

이는 기존 진행됐던 원전, 석탄화력 발전소 건립사업들은 계속 유지하되 노후된 발전소들을 순차적으로 폐지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LNG는 지속적으로 발전설비를 늘려 자연스럽게 에너지믹스를 전환하는 단계적인 계획을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부는 강력한 전력 수급관리에도 나설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LNG를 주전력 생산원료로 활용할 경우 수급불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송변전설비 확충,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 등으로 전력공급을 안정화 시키면서 분산형 전원제도 개선,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을 수립해 수요관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산업부는 그동안 졸속으로 추진해왔던 일부 사업들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산업부 최우석 과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그동안 산업부가 주민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성과위주로 사업을 진행했던 점에 대해 깊이 반성 한다”며 “향후 발전소 건설 등 큰 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더욱 세심하게 경청하겠다”며 공청회 소감을 밝혔다.
 

▲ 월성 1호기 인근 주민이 산업부 관계자들에게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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