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발표된 전기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 내용중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우리 자동차산업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모멘텀을 마련하고 녹색성장을 선도하기 위해 전기자동차 산업을 육성․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9년 10월 9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제33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채택된 ‘전기자동차산업 활성화방안’의 주요 내용이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나라가 2015년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의 10%를 점유하고 2020년 국내 소형차의 10% 이상을 전기자동차로 보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기차 산업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관심은 남달랐는데 2010년 9월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기차 출시 및 관계자 격려 행사’에서도 2020년까지 총 100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겠다는 관련 부처의 보고가 이뤄졌다.
 

▲ 2014년 녹색성장위원회 발표 자료.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전기차 상용화 대책은 대폭 하향 수정된다.

2014년 12월 19일, ‘제5기 녹색성장위원회’가 열리고 범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상용화 기반 조성을 위한 종합 대책’이 발표되는데 이명박 정부 보다 크게 떨어진 수정 목표가 제시된다.

‘당초 100만대 보급 목표(전기차 개발 및 보급계획, ‘10.9월) ⇒ 현실적 여건을 고려 20만대로 수정’(당시 정부 보도자료중)

이명박 정부 당시 수립된 ‘전기자동차산업 활성화방안’과 비교하면 보급 목표는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2015년까지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의 10%를 점유하겠다’고 선언했는데박근혜 정부는 2015년까지 우리나라 내수 시장에 보급될 전기차 누적 보급 댓수를 ‘6000대’로 전망했다.

세계 시장 주도는 커녕 내수 시장 전기차 보급에도 허덕이던 당시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 제3차 환경친화차 보급 기본 계획 자료

2015년 12월 8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제3차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2020년까지 친환경차 100만대 시대 열겠다’고 발표한다.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를 보급하겠다’던 이명박 정부 당시의 목표 보급 댓수와 동일했지만 보급 대상은 전기차에서 친환경차로 확대됐다는 대목이 달라졌다.

‘친환경차’는 하이브리드자동차를 비롯해 전기차와 수소차 등이 포함되니 전기차 보급 목표는 크게 후퇴한 셈이 됐다.

대신 전기차 보급 목표는 2020년까지 총 20만대로 낮춰 잡았다.

반면 하이브리드차량이 80만대 수준으로 친환경차 100만대 목표 중 대부분을 차지했다.

미세먼지가 사회 이슈가 되면서 박근혜 정부는 전기차 보급 목표를 확대 수정하는데 2016년 6월 3일 발표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에서 2020년까지의 친환경차 보급 목표를 150만대로 늘리고 이중 전기차 누적 보급도 25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이어 출범한 문재인 현 정부에서는 100대 국정과제중 하나로 2022년까지 전기차 누적 보급을 35만대로 늘리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 <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

박근혜 정부 시절 수립된 로드맵에 따르면 지난 해 말 기준으로 4만6000대의 전기차가 도로위를 달리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 보급 댓수는 크게 떨어진다.

본 지가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항공과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해 말 누적 전기차 보급은 2만5686대에 그치고 있다.

보급 목표 대비 55% 수준이며 내수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 마다 전기차 확대 보급은 중요한 화두가 되어 금방이라도 내연기관자동차는 퇴출되고 그 자리를 대체할 것 처럼 장밋빛 청사진이 제시되고 있다.
 

 

전기차가 미세먼지나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친환경 정책의 상징 쯤으로 여겨지면서 정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 치적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실현 가능성 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과도한 보급 목표가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특정 차종인 전기차 보급 목표를 설정하고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정부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지원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에 대해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자동차의 전력화(electrification)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전기차가 친환경차의 대표 차량으로 인식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정부 주도 보급 정책을 통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기차 보급 정책도 주로 한시적인 수요 진흥책에 비중을 두어 왔고 그 대표적인 정책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있다’

 

문제는 ‘전기차가 곧 친환경차량’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는 대목이다.

전기차는 깨끗하지만 전기 생산 과정이 그렇지 못하다는 원천적인 한계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에경연 김재경 박사는 ‘연료 산지에서 바퀴 까지(Well-to-Wheel)’ 즉 전기차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평가한 결과 정부가 규정한 것 처럼 유해 배기가스가 전혀 없는 ‘무배출 차량(Zero Emission Vehicle)’ 즉 ‘제1종 저공해자동차’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 배경으로 동일한 1km를 주행할때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CO2-eq)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휘발유차의 약 53%, 미세먼지(PM10)는 92.7% 수준을 배출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친환경차량으로 보급을 정책적으로 장려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에 정부 지원이 수반됐던 것인데 저공해자동차로 평가할 수 없다면 구매 보조금 역시 폐지되거나 축소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 <자료=개별 세법>

현재 수송용 전기는 모든 소비재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부가가치세와 부담금인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제외하면 세제 부담이 없다.

전기 생산 과정에서 일부 과세가 이뤄지지만 내연기관 자동차 연료인 휘발유와 경유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극히 낮은 세율과 세목만 적용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재경 연구위원은 ‘전기차 역시 수송용 기계장비의 하나로 기존 내연기관차와 동일하게 도로 인프라를 이용하고 있다’며 ‘수송용 에너지간 담세 부담 형평성 보강 차원에서 수송용 전기소비자에게도 휘발유 소비자와 동등한 세 부담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렇다면 환경 친화 장점이 퇴색돼 구매 보조금이 줄어들고 수송 전기에너지에도 과세가 이뤄지며 에너지 비용이 올라 유인책이 사라진 전기차를 누가 자발적으로 구매할 것인지 또한 정부가 설정한 보급 로드맵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류만 쫒고 정권 영합적인 전기차 확대 보급 로드맵은 그래서 공허한 숫자 놀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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