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보조금 단계적 축소, 재생에너지에 확대해야
배출저감장치 부착 여부에 따라 보조금 지급 유보 고려

[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유가보조금을 단기에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 하겠지만 이제는 제도의 방향설정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본다”.

“화석연료 보조금 규모를 재산정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로드맵이 구성돼야 하지만 매번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에 부딪혀 쟁점화조차 안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에너지전환, 예산은 준비돼 있나’를 주제로 열린 2차 에너지전환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유가보조금을 비롯한 화석연료 보조금 규모를 재산정할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유가보조금은 1,2차 에너지 세제개편에 따른 유류세 상향조정으로 화물운송사업자의 경제적 부담 최소화를 위해 도입됐다.

정부는 2001년 7월 1차 에너지세제개편 당시 휘발유(100), 경유(47), LPG(26)의 상대가격 비율을 2006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100:75:60의 비율로 조정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아울러 2005년 7월 2차 에너지세제개편을 통해 2005년 1월부터 경유승용차 국내 판매를 허용하고, 2007년 7월까지 상대가격 비율을 100:85:50으로 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유가보조금제도는 미세먼지 배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유 화물차나 버스 축소정책의 발목을 잡는 주요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 달성, 3차 에너지세제개편 등이 논의 될 때마다 항상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 당장 폐지는 불가능, 방향설정 고민해야

이날 토론자로 나선 한양대 정책학과 강성훈 교수는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에너지효율 및 재생에너지 확대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유가보조금이 있는 상황에서는 온실가스배출 감축효과가 수송분야에서 크게 나타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유가보조금의 축소 또는 폐지를 추진할 경우 시장 저항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중장기적으로 유가보조금 축소 방안을 모색하되 다양한 관점에서 정책대상자들의 사회적 후생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유가보조금을 단기에 폐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지금은 중장기적으로 유가보조금 제도의 방향설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한 단기적 정책적 노력의 일환으로 배출가스저감장치 부착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저감장치 기능이 저하된 경우 이를 새로 교체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유가보조금 지급을 유보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5년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를 근거로 한국 에너지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에너지세금 부담 역시 다양한 지표를 근거했을때 상당히 낮다고 강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특히 에너지세부담은 석탄 및 발전부문에서 상당히 낮게 나타났다”며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석탄 및 발전부문에 세부담이 낮다는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으로 유도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들에게도 온실가스배출에 대한 부담을 적정수준으로 유도해야 한다”며 “온실가스배출에 대한 부담이 적다면 기업은 일반적으로 경제적 이윤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탄소저감기술 개발에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시장저항에 논의조차 제대로 안돼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유가보조금과 농업용 면세유 등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은 오래된 문제임에도 제대로 의제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화석연료 보조금 규모를 재산정하고, 이를 연도별로 줄이기 위한 로드맵이 구성돼야 하지만 매번 이해관계자 저항에 부딪혀 쟁점화 조차 안되고 있다”며 “오히려 유가 인상폭에 따라 이들 보조금을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만 무성한 채 삭감논의는 나오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화석연료 보조금과 취약계층 지원을 대립하는 개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어떤 에너지를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에너지전환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료원 변경, 효율 향상, 다른 형태의 세제지원 등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화석연료 지원금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 방인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헌석 대표는 “에너지정책 추진 과정에서 예산을 둘러싼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며 “이는 부처간 이해관계자가 첨예하게 맞물리는 측면이 1차요인이지만 그동안 방만하게 사용돼 왔고 현안에 따라 만들어진 기금들이 산개해 있어 종합적으로 모니터링 해오지 못한 것도 주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중앙정부간 칸막이 예산, 지자체 업적쌓기 예산, 불투명한 예산으로 지탄받고 있는 각종 기금에 대한 개혁이 추진되지 않으면 에너지전환을 위한 예산확보가 되지 않을뿐더러 추가적인 적폐 쌓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하윤희 교수는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각종 정책수단 도입과 함께 공공 및 민간 자원의 적극적 투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특히 대규모 여유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하 교수에 따르면 독일과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경우 전기요금의 일정부문에 해당하는 부과금을 각종 에너지 현안 대응에 활용하고 있다.

하 교수는 “주요국에서는 전력부과금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에너지 효율향상, 저소득층 요금 지원에 사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공익성 방향이 불문명하고, 전력산업 진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요국은 환경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루지만 한국의 전기사업법은 제49조에서 기금 사용용도를 12가지로 열거할 정도로 범위가 포괄적이라고 밝혔다.

하 교수는 ▲기금의 공익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재정립 ▲기금 명칭의 개정 ▲공익성 개념에 맞게 사업범위 재조정 ▲적정수준의 여유자금 규모 유지 등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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