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 변화 대응 및 관리 능력부족으로 대규모 손실 인정
사업선정 경위 및 의사결정‧자금집행 과정 등 내부조사

▲ 한국가스공사 본사 사옥 전경

[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한국가스공사가 해외자원개발 관련 자체 점검 결과 밝혀진 문제점과 제기된 의혹에 대해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손해배상 청구 등 후속조치 절차에 들어간다.

26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총 26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투자했으며 이 가운데 5개 사업이 종료돼 현재 21개 사업을 운영 중에 있다.

2017년 12월말 공사 기준으로 총 108억달러를 투자했으나 투자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제대로 구비하지 못한 채 무리한 투자의사결정과 유가 하락,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여건 변화에 대한 대응 및 관리 능력부족 등으로 대규모 손실(상)을 기록함으로써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공사는 밝혔다.

이번 자체점검은 2018년 3월부터 7월까지 이뤄졌으며, 자원개발 사업 추진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과 문제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부실의 원인과 책임의 소재를 규명하고, 유사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

가스공사 감사실, 외부 감사 전문인력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전체 해외사업에 대한 사업선정 경위, 의사결정 과정, 자금집행 과정 전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또한 가스공사 내에 `해외자원개발 의혹 안심제보센터’를 운영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내부 제보를 청취하는 과정도 병행했다.

먼저 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전체 사업들을 대상으로 사전조사를 실시하고, 이들 사업 중 추가 의혹이 드러났거나 손실규모가 크고, 감사원 감사․국정조사 등 대내외에서 집중적으로 의혹이 제기됐던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이라크 아카스, 호주 GLNG사업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서류 검증, 관련자 인터뷰 등 심층 조사를 실시했다.

◆ 수익률 부풀린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사업

우선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사업은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주(BC주)에서 셰일가스전을 개발하는 사업(지분 50%)으로 2010년부터 13개의 가스정을 개발했으나, 가스가격 하락과 생산성 저하로 추가 개발을 중단해 현재 3개 가스정만 운영 중에 있으며, 총 2억7200만달러 캐나다 달러를 투자해 1억9900만 캐나다 달러의 손상차손이 인식됐다.

이사회 개최 이전 자문사의 경제성 평가 보고서(2009년 12월 15일)상 수익률은 9.5%였으나 이사회에 보고(2009년 12월 18일)된 수익률과 자문사의 최종 평가보고서(2009년 10월 2월)상 수익률은 12.6%로 상이하고, 또한 실제 투자비를 이사회에 보고한 일정보다 조기에 지급하는 등 수익률을 부풀렸다.

아울러 자문사가 중간 평가보고서에서 제시한 자산가치 상한액(4억달러)을 초과한 금액(5억6500만달러)으로 고가에 자산을 매입한 의혹도 제기됐다.

동일 기관이 거래자문과 사업평가를 수행해 평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 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추가광구 매입 시 자체 기술평가를 시행하지 않았으며, 당초 기술평가 기관의 가채자원회수율은 23%에 불과함에도 운영사가 제시한 회수율 50%를 그대로 사용해 결과적으로 고가매입 논란에 놓이게 됐다.

 
◆ 이라크 아카스 사업, 3억7900만달러 손상차손 인식

이라크 아카스 사업은 2010년 이라크 안바르주에 있는 아카스 가스전을 낙찰 받아 운영사(지분 75%)로서 가스전을 개발․생산할 계획이었으나 2014년 IS사태로 사업이 중단돼 기 투자비 3억8400만달러 중 3억7900만달러의 손상차손이 인식됐다.

주요 문제점 및 의혹은 의사결정과정에서 당초 투자심의위원회에서 검토된 목표수익률인 15%를 경영위원회(2010년 9월 9일)에서 13%로 하향조정해 수정의결하고, 이사회(2010년 9월 16일)에서 실무부서 검토 없이 목표수익률을 재차 하향 조정(13%→10%)했으며, 이사회에서 이전 입찰 참여시 목표수익률을 10%까지 위임받았다고 전임사장이 사실과 다르게 보고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입찰 당시에는 시리아로 가스를 판매해 조기에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반영해 투찰가격을 결정했으나 사업개발계획 수립 시에는 계획이 제외돼 목표 수익률(10%) 하락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내부 검토 없이 투자를 추진했다.

2013년 12월 이후 이라크 내전으로 인한 치안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자체 대응방안을 6개월이 지난 2014년 6월에 수립했으며 이 기간동안 기자재를 무리하게 추가 발주하는 등 투자비를 집행해 손실이 확대됐다.

◆ 호주 GLNG 사업, 수익감소 고려안하고 추진

호주 GLNG사업은 호주 퀸즈랜드주에서 석탄층 가스전을 개발, LNG 플랜트를 운영하는 사업(지분 15%)으로 2010년 12월부터 사업을 시작했으나, 유가하락 등으로 투자비 42억5200만달러 중 16억9100만달러의 손상차손이 인식됐다.

최초 이사회(2010년 6월) 이후 호주 달러의 평가절상, 개발비용 증가로 투자비 증액이 예상됐으나 2012년 6월 운영사(산토스)가 투자비 증액을 공시한 이후인 2012년 11월에 이사회에 보고하는 등 사업관리를 소홀히 했다.

지분매입 시점(2011년 2월)에서 제3자 LNG구매자의 LNG 매매가격 인하로 연간 약 1500만달러의 수익이 감소되는 사실을 인지했으나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했으며, 최초 경제성 평가 시 지분 매입비 이자비용(36백만불)을 누락하는 등 경제성 평가가 부실했다.

당시 공사에서 통용되던 목표수익률 10%에 미달함에도 별도 검토없이 투자를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2차례 투자비 증액 시에도 유가전망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 수익률을 과다하게 산출했다.

◆ 관련자 대부분 퇴사 조사 한계… 검찰에 관련 자료 제출

가스공사는 이번 조사를 통해 경제성 평가가 부적정하게 이뤄지고, 이사회에 사실과 다르게 보고하거나 사업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진 사례 등을 확인했으나 투자의사결정과정에서 윗선의 무리한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와 사업추진과정에서 비리연루 의혹 등을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사업의 경우 산업부가 검찰에 수사 의뢰한 혐의 사항 외에 새롭게 드러난 의혹사항에 대해 추가로 자료를 제출하고 이라크 아카스 및 호주 GLNG 사업의 경우에도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사업과 유사한 시기에 투자가 이뤄졌고, 관련자 대부분이 퇴직했뿐만 아니라, 징계 시효가 경과하는 등 조사의 한계가 있는 점을 고려해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다.

또한 검찰 자료제출과 별도로, 추가 확인 및 조사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자체 감사를 실시하고, 아울러 법률 검토 후 관련자에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할 계획이다.

이번 자체 조사와 해외자원개발 혁신 TF에서 도출된 문제점을 충실히 반영해 비핵심 사업과 부실사업은 적기에 구조조정 하여 추가 손실을 최소화하는 등 핵심사업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예정이다.

신규 자원개발사업은 국내 수급안정을 위한 LNG도입연계 사업에 집중하되 투자규모와 시기는 재무여건과 역량 수준을 고려해 신중히 추진하고,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또한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사업선정 단계에 있어서 외부전문가 참여확대, 복수의 외부 타당성 조사, 투자 및 평가실명제 개선 등을 통해 투자 의사결정 과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강도 높은 자율혁신 활동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보다 신뢰받는 에너지 공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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