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앤이타임즈 :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이란의 위협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국제 유가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이란의 하산 로우하니 대통령이 해협 봉쇄를 위협하는 발언을 했고 뒤이어 이란 이슬람 혁명 경비대(IRGC) 사령관도 이를 뒷받침하는 발언을 했다.

로우하니 대통령의 해협 봉쇄 위협은 지난달에만 두 차례나 있었다.

이와 같은 이란의 위협은 미국이 지난 5월 8일 이란 핵 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원유 수출 제재를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미국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이란과 원유를 거래하는 주체들을 미국 금융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 바 제3자 제재 방식으로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재한 바 있다.

미국은 이번에도 180일의 제재 유예기간을 거친 후 11월 5일부터 같은 방식으로 제재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런데 미국의 제재 강도는 전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이란 원유 수입을 ‘상당량’ 감축한 국가에 대해 제재 유예를 인정해 일정량의 이란산 원유 수입은 허용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원유 수입국들에게 제재 유예기간이 끝나는 대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위협도 그러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 표명이 있은 후에 나온 것이다.

이란과 오만 영토 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중요한 석유 수송로의 병목지점으로 걸프 만과 아라비아 해(오만 만)를 연결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소속된 중동의 주요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가 모두 걸프 만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에너지 정보업체 EI에 의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하루 평균 석유수송량은 원유 1,600만 배럴과 석유제품 300만 배럴을 합쳐 1,900만 배럴에 이른다.

이는 세계 석유 교역량의 약 30%에 해당하는 양이다.

사우디와 UAE의 송유관을 통해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대체 수송이 일부 가능하지만, 그 물량은 하루 200만 배럴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원유의 공급 부족과 함께 전례 없는 수준으로 유가가 폭등하는 등 국제 석유시장은 일시에 공황 상태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과 중국 등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수송해온 물량이 전체 원유 수입량의 83%에 이른다.

그러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 이란이 봉쇄를 감행할 경우 미국 등 관련 국가들의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유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란 자국의 교역물자 역시 상당부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도 봉쇄 가능성을 낮추는 이유다.

이란의 주요 항구는 다른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걸프 만 연안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이 해협 봉쇄를 위협한 적은 수없이 많았지만 실제로 봉쇄를 실행에 옮긴 적은 없다.

이란-이라크 전쟁 말기인 1988년 미국이 이란에 의한 자국 군함의 손상을 이유로 두 개의 석유터미널과 두 척의 군함을 파괴했을 때도 이란은 해협 봉쇄를 위협하는 데 그쳤다.

이번에도 이란의 위협은 미국의 제재와 국제 사회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한 사격이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일정 기간 동안 원유 수송을 교란시킬 가능성은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만일의 사태까지 고려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중동 원유의 대체 도입선 확보, 석유 소비 억제, 전략석유비축유 방출, 석유제품 수출 조정, 석유가격 통제 등을 포함하는 석유 수급 위기시의 단계별 대응 매뉴얼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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