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는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연료 돌풍을 불러 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올해 초 연두교서에서 석유중동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하면서 바이오연료의 전략적인 생산과 보급을 언급했을 정도다.

바이오연료의 선두지역은 단연 남미다.

이미 1970년대부터 바이오연료 보급과 관련한 법안을 마련한 브라질은 세계 1위의 바이오연료 생산국이다.

브라질은 전체 운행 자동차의 25%가 휘발유를 대체한 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고 그 비율을 40%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르헨티나도 올해 들어 바이오연료 진흥법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고 식물성 작물의 생산과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EU는 바이오에탄올과 디젤의 공급목표를 지난해 2%에서 2010년까지 5.7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자원부는 최근 세계 주요 국가들의 고유가 대응방안을 해당 국가들에 파견된 상무관들의 리포트 형태로 발표했는데 대부분의 국가들이 바이오연료의 보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바이오연료 열풍이 불고 있는 국가들을 눈여겨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바이오연료의 원료가 되는 농작물의 생산 대국들이라는 점이다.

바이오에탄올 보급에 가장 적극적인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에탄올 수출국가다.

아르헨티나 역시 식물자원 부국으로 바이오디젤의 원료가 되는 콩기름은 수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대두협회 한국사무소에 따르면 대두유를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쓰고 있는 미국은 2004년 기준 전 세계 대두 생산량의 40%인 31억4100만 부셀을 생산했고 이중 11억부셀을 수출했다.

최근 들어 바이오연료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은 2004년 기준 세계 최고인 130억톤의 유채를 생산한 바이오 원료자원의 부국이다.

바이오디젤 보급에 적극적인 독일 역시 2004년에만 52억톤의 유채를 생산했고 대부분이 수송연료용으로 사용됐다.

대두유를 사용하는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 바이오디젤의 원료를 유채로 사용하는 것은 원료 자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바이오디젤의 또 다른 원료인 야자유와 바이오에탄올의 원료인 사탕수수의 부국들이다.

우리나라도 바이오연료의 보급에 관한 한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바이오디젤의 경우 2002년 이후 BD20 형태로 4년여 동안 시범보급사업을 진행해왔고 올해 7월부터는 모든 경유에 약 0.5%를 혼합해 공급중에 있다.

바이오디젤 연료유가 상용화된 것은 아시아지역에서는 우리나라가 처음이고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디젤 공급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일반 경유와 바이오디젤을 많아야 3~5%선을 혼합하는 것과 비교해도 결코 초라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원료의 수급면에서는 다르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원유의 100%를 해외에서 도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이오디젤의 원료인 대두유 역시 전량 미국 등지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다.

미래농정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국내 현실에 가장 적합한 유채는 2004년 기준 전국적으로 1100헥타르에서 재배됐는데 대부분이 경관용이었고 실제 수확된 유채는 1400톤에 불과했다.

농림부가 내년 이후 2009년까지 3년 동안 바이오연료용 유채유의 시범재배사업을 벌일 계획이지만 그 규모도 1500헥타르로 제한적이다.

이 시범재배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돼 우수한 종자와 수확기술들이 확보되고 농림부가 구상하는 것처럼 2014년 이후 약 10만 헥타르에서 유채가 재배돼도 확보 가능한 바이오디젤 원료유는 연간 16만톤에 그치게 된다.

10만헥타르는 약 3억평으로 국내 전체 농경지의 1/10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전체 경유에 0.5% 혼합하는데 필요한 바이오디젤이 연간 약 9만톤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유채재배의 자립에 성공해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수치다.

바이오에탄올의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 등은 아예 생산조차 되지 않는다.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셈이다.

바이오 농작물이 자원무기화 되는 상황에서 해외 플렌테이션인들 쉬울 리 없고 이에 대한 기초적인 사회적 고민도 되지 않고 있다.

해외 시장조사기관인 AG리소스에 따르면 에탄올의 원료가 되는 옥수수 가격은 7월 현재 부셀(272kg)당 2.45달러에서 하반기에는 4달러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식용 수요가 늘어서가 아니라 바이오연료 수요의 급증 때문이다.

국제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바이오 농산물에 투기자들도 크게 몰리고 있는 소식이다.

하지만 국제 바이오 농작물의 시세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전혀 없다.

세계 최대 바이오에탄올 생산국가중 하나인 미국에서 운행 차량의 10%가 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미국내 전체 밭의 3분의 1에 옥수수가 재배돼야 한다는 통계다.

그만큼 바이오 작물을 재배하고 원유를 대체한 연료로 사용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세계적인 수요 불균형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농산물은 원유보다 훨씬 더 위력적인 자원 무기가 될 수 있다.

에너지를 얼마나 싸게 조달하느냐도 문제지만 안정적인 수급을 어떻게 보장받느냐가 더 중요하다.

수급이 담보되지 않으면 아무리 비싼 가격에도 구매할 수가 없다.

바이오연료가 단순히 환경친화적이라는 이유로 무턱대고 덤벼 들다가는 농작물 부국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원료를 우리 땅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재배하고 조달이 가능한지에 대한 고민이 빠진 상태에서 바이오연료를 논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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