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영세사업자들이 신용카드가맹점 수수료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며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이다.

구체적인 수수료 결정은 카드사들에게 맡기자는 것이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자는 격이다.

다행인 것은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카드수수료율 인하를 위한 입법 청원이 추진되고 있다는 대목이다.

주유소와 충전소 등 에너지유통 사업자단체들도 참여하게 되는 입법청원에서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담겨질 전망이다.

카드 수수료가 과도하게 책정됐고 그 부담을 영세 사업자와 소비자들이 떠안고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고 국민들이 직접 참여해 법을 바꾸는 입법청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정부가 부동산값을 잡기 위해 도입하거나 추진하려 하는 해법들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입법청원에 담겨질 내용은 카드사들의 수수료 원가를 공개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아파트값 폭등에 분양원가공개가 추진중인 것과 마찬가지로 카드사들이 적정한 수수료를 징수하고 있는가를 따져 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추진되는 것처럼 신용카드 수수료 역시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부동산값을 잡겠다며 정부가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신용카드 수수료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수료율의 적정성을 사전, 사후에 걸쳐 심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세밑 노무현대통령이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것이 없다’고 스스로 밝힌 것 처럼 대통령이 자인하는 참여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인 부동산값 폭등과 비견될 정도로 신용카드 수수료 공방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수수료 결국은 소비자 부담

사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중 자영업자의 비중은 33%로 OECD국가들에 배해 2~5배가 많다.

또 2004년 기준 세금을 제외한 자영업자의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도 되지 않는 자영업자의 비중은 37.2%에 달한다.

정부가 세원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신용사회를 정착하겠다며 각종 세제지원과 복권제 등을 실시하며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는 와중에 그렇게 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은 카드사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카드 수수료 때문에 힘 겨워하고 있다.

미용실이나 서점, 음식점 등에 비해 자산가치나 매출액이 상대적으로 큰 주유소만 보더라도 카드 수수료 때문에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주유소에 적용되는 카드수수료율은 1.5%로 타 업종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실효수수료율은 3.9%로 단연 최고 수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기름값에 유독 많이 붙는 세금에 대해서까지 주유소 사업자들은 카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인데 잘 알려진 것처럼 휘발유 가격의 60% 이상이 세금이다.

특히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수수료 부담은 더 크게 늘고 있는데 지난 1995년 주유소들은 1리터의 휘발유를 신용카드로 판매할 때 9.4원의 수수료를 부담했지만 10년 사이 22.3원으로 2배 넘게 늘어 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카드사들이 가맹점에서 징수하는 수수료가 해당 업소의 몫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호주 중앙은행에서 발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은행간 정산 수수료를 인하하니 가맹점 카드 수수료가 내려갔고 다시 소비자 지불 가격이 인하되는 연쇄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즉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를 내리자 전반적인 물가수준에 반영돼 사회 전체적인 이익이 발생한다는 것이 호주 중앙은행의 분석이다.

민주노동당 노회찬의원은 “호주의 경우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의 상한선을 0.99%로 제한하자 소비자 물가가 1% 낮아졌다”고 밝히고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가맹점이 물고 있는 카드 수수료는 결국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고 그 부담은 소비자들이 떠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카드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선심쓰듯 제공하는 기름값 할인 혜택 역시 알고 보면 소비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신용카드 수수료 해법이 정권의 명운이 달릴 정도로 골칫꺼리인 부동산 해법과 닮아있으니 그대로 놔뒀다가는 정권의 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서둘러 푸는 것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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