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을 통한 제품출하과정에서 서로 다른 석유제품간에 혼유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정유사로부터 공급받은 제품의 품질이 미달돼 관할 지자체로부터 행정처분을 받게 된 주유소가 이의제기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게 된 것.

서울과 구리시에 위치한 LG정유 계열 6개 주유소는 지난 99년말 판매중이던 휘발유에 대한 품질검사 결과 등유가 섞여 있다는 판정을 받게 됐다.

송유관공사의 성남출하소에서 같은 시간대에 출하된 제품을 공급받은 이들 주유소들은 품질저하의 책임이 송유관공사의 출하과정에서 발생했다고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본지 102호, 112호 참조〉

당시 구리시의 경우 문제가 된 3개 주유소에 대해 품질저하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송유관공사에 책임이 있다며 관할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는 품질저하 휘발유가 발견된 3개 주유소에 책임이 있다며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고 해당 주유소들은 즉각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책임규명을 둘러싼 지루한 줄다리기가 시작된 것.

결국 지난달 서울 고등법원에서는 품질저하에 대한 책임이 주유소에 있지 않다며 강남구와 서초구청의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으며 패소한 관할 구청 등은 송유관공사를 상대로 책임을 묻기로 한 상태다.

지난해 초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정유계열의 몇몇 주유소들도 비슷한 사례로 행정처분을 받을 처지에 놓였으나 결국 송유관공사측의 출하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나 공사측 관계자들이 주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8년에는 대전에 있는 에쓰-오일(당시 쌍용정유)계열 주유소들이 유사석유제품 판매혐의로 적발됐으나 역시 송유관공사의 출하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주유소에서 유사 석유제품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관련 업계는 물론 경쟁업소들에 의해 소비자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알려진 후에야 원인규명이 돼 해당 업체들에게는 회복할 수 없을 만큼의 상처를 입힌다는 대목이다.

실제로 98년의 경우 대전 지역에서 유사 석유제품 판매로 문제가 됐던 주유소들의 경우 공중파 방송에 보도되기도 했으며 이후에 발생한 유사한 사례 역시 문제에 대한 책임소재 여부와는 무관하게 유사 석유제품 판매업소로 낙인찍혀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가 발생했던 당시 정작 품질저하에 대한 책임이 있던 송유관공사측은 출하과정에서의 문제발생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그 책임을 주유소측에 전가하는데만 급급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 충분한 파악을 하고 있는 산업자원부 역시 석유사업법상 송유관공사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아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LG정유와 현대정유 계열 주유소의 품질저하 경위에 대해서는 송유관공사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주의를 주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송유관공사의 부주의로 인해 해당 정유사는 물론 주유소들 역시 지루한 법정공방과 함께 품질위반업소라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송유관공사의 품질관리가 보다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문제발생시 신속하게 책임소재를 규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신 기자>
[2001년 6월5일 1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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