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경기침체가 길어짐에 따라 소득세와 법인세 등의 세수는 감소하고, 복지에 대한 지출은 점차 증가하고 있어 재정적자의 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향후에도 늘릴 수 있는 세수는 제한돼 있는 반면 저출산, 고령화 등과 복지에 대한 요구확대 등으로 지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조세저항을 고려해 지하경제양성화와 같은 방법을 통해 세수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법은 불확실성이 매우 클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결국, 장기적인 세제개편에 대한 논의가 진행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총 세수 중 석유와 관련된 세금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꽤나 높은 편이다.
해마다 달라지긴 하지만 국세 중 대략 10%가 석유와 관련된 세금을 통해 확보되고 있다.
수입 단계에서 원유에 관세가 부과되고 제품단계에서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지방주행세, 교육세 등이 징수된다.
휘발유를 기준으로 봤을 때 세금은 가격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석유는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크고 가격변동성 역시 높은 편이다.
때문에 국제유가가 출렁거릴 때면 어김없이 가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다.
게다가 높은 세금까지 부과하고 있어 논쟁은 언제나 유류세 문제로 종결되고는 한다.
높은 수준의 유류세는 고유가 상황에서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타 에너지원, 특히 전기와의 가격격차로 에너지 소비의 불균형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경제적 효율성, 친환경, 그리고 세수확보의 측면에서 유류세는 반드시 필요한 세금이다.
세수확보뿐 아니라 소비를 억제해 공해나 교통 혼잡 등의 사회적 비용을 축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유에 붙는 세금이라고 다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중, 관세는 다른 유류세와 엄연히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세수확보 이외에 관세가 갖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자국 산업의 보호이다.
그렇기 때문에 OECD 회원국 중 원유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나라는 자국 내 원유가 생산되는 미국, 호주, 멕시코가 유일하다.
이외의 국가들은 모두 석유제품의 원자재인 원유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원자재에 대한 세금은 경제적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가장 비효율적인 정책 중 하나이다.
자국의 특정산업에 대한 보호가 필요치 않은 이상 부과되지 않는 것이 시장의 효율성을 위해 낫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에 대한 수입국으로 원유에 대한 관세는 필요치 않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원자재인 원유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오히려 반대로 수입되는 석유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아 왔다.
이런 경우 관세 부담은 생산비용에 전이되고 이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하게 된다.
아무리 세수의 확보가 급하더라도 세금을 부과하는 목적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향후 추가 세수확보를 위한 세제개편이 단행된다고 하면 석유와 관련된 세금들은, 성격과 목적을 명확히 해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원유에 대해서는 무관세를 적용하는 것이 국가경제를 위해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서 석유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하더라도 낮은 가격탄력성으로 소비가 줄지 않아 쉽게 세수를 증대할 수 있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생산자에게 부담하는 관세는 상대적으로 조세저항까지 약한 편이다. 때문에 정부는 원유 혹은 석유제품의 할당관세를 폐지하거나 올리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쉬울 수 있다.
하지만 관세의 목적은 엄연히 유류세와는 구분되며 원자재에 대한 과세는 시장의 효율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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