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연, ‘플래츠 가격 평가도 왜곡 가능성 있어’
대체 지표 유종 개발, 가격결정 투명성 제고 방안 주문

▲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적용받는 마커 원유인 두바이유의 대표성과 가격 평가 과정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한 정유사 부두에 유조선이 접안하는 모습.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세계 3대 지표 유종 중 하나로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적용받는 두바이유의 가격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법으로는 원유 가격 공시 기관(PRA)이 두바이유 가격 평가 과정의 합리성을 제고하는 단기적 처방과 두바이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신규 마커 원유를 모색하는 장기 대안이 제시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원장 박주헌)은 아시아 석유시장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마커 원유인 두바이유에 대한 제반 문제점과 대안을 검토하기 위해 ‘아시아 마커 원유의 문제점과 대안 분석’에 대한 연구 과제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마커 원유’란 국제 석유시장에서 원유가격과 석유 가격 결정의 준거가 되는 원유를 말하는데 아시아 지역은 두바이유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두바이유는 생산량 감소로 거래량이 미미하고 다수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존재하지 않아 가격 조작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 연구 분석의 결과다.

실제로 두바이유의 생산량은 현재 월간 2카고를 채우지 못하는 적은 양으로 시장의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또한 가격공시기관(PRA)인 플래츠(Platts)가 두바이유 가격을 평가, 발표해 마커 원유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보가 부족한 가운데 플래츠가 주관적 판단에 의해 평가를 하거나 정보 제공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경우, 시장참여자와 PRA가 결탁하는 경우에는 가격평가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유 가격이 다른 마커 원유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면 아시아에 판매되는 중동산 원유 가격을 상승시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정제업체들의 비용 증가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 가격 평가 합리성 제고 방안 필요

이와 관련해 연구원은 가격공시기관(PRA)이 수행하는 두바이유 가격 평가 과정의 합리성을 제고하는 단기 대안과 두바이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신규 마커 원유를 모색하는 장기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먼저 단기 대안으로는 가격평가의 합리성 제고를 위해 PRA 평가에 대한 모니터링과 함께 평가 시스템의 유동성을 확충하고 PRA를 견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PRA 평가에서 정성 평가 방법의 불투명성과 자의적·주관적 판단에 의한 가격 왜곡 방지를 위해 IOSCO(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 중심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두바이유 가격 평가 시스템(e-Window)에서 유동성 확충을 위해 인수‧도 대상 유종에 품질이 유사하고 재판매가 허용되는 역외 원유를 포함시키고 아시아 역내에 원유 선물시장을 개설해 현물과 선물을 연계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장기 대안으로는 두바이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신규 마커 원유로 거론되는 러시아 ESPO, 두바이 상업거래소(DME) 오만유 선물, 중국이 추진하는 국제에너지거래소(INE)의 원유 선물, 기존 유럽의 마커 원유인 브렌트를 준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 유종은 모두 마커 원유로서의 기능에 충분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두바이유를 마커 원유로 하는 역내 유가 결정방식은 상당기간 존속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특정 산유국이나 수입국이 크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러시아의 ESPO 원유나 중국 국제에너지거래소(INE)의 원유선물은 바람직한 대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동 주요 산유국인 이라크가 자국산 원유판매에 적용하는 마커 원유가격을 DME 오만유 선물가격으로 전환하려했던 시도에 주목해 마커 원유의 다원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원은 제시했다.

특히 정부가 국제 공제를 통해 두바이유의 마커 원유 역할을 제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PRA 가격평가와 관련한 포괄적 개선 사항과 관련해 G20 회의를 중심으로 IOSCO, IEA, OPEC, IEF가 협력하는 기존 국제 공조체제의 틀을 활용하고 두바이유 가격평가의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해서는 아시아 산유국-소비국 에너지장관회의, 동북아 에너지협의체 등 역내 다자간 에너지 협의체 활용을 제안했다.

마커 원유를 두바이유에서 다른 유종으로 대체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다자간 협의체에서 논의하는 것보다 아시아 원유수입국들이 개별적으로 중동 산유국과의 양자간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중동 산유국들이 수출가격 산정에 적용하는 마커 원유가 두바이유와 DME 오만유 선물 등으로 다원화되는 것은 산유국 사이의 경쟁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며 ‘다만 이같은 전략은 사우디를 중심으로 하는 걸프협력회의(GCC) 산유국들과 갈등을 야기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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