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며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풍력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줄어 들고 화석연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유럽과 중국 등에서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특히 발전용 연료인 천연가스 부족 사태로 국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동북아 현물가격(JKM)이 역대 최고치인 MMBTU당 56.3달러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평균 가격 보다 10배 이상 올랐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천연가스 도입, 도매를 담당하는 공기업인 가스공사의 중장기 구매 계약과 해외 자원 개발 확보 물량 등에 힘입어 당장의 수급 안전 위협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도입 가격이 내수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천연가스 물가 상승은 피해 갈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가스공사가 통제할 수 없는 외생적 변수인 유가나 환율, 주요 산유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도소매 가격에 반영해 공기업의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원료비 연동제’를 지난 1988년 도입했다.

하지만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정치적·정책적 판단이 개입하며 원료비 연동제 취지에서 벗어나 도시가스 요금 인상 요인을 억제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한때 가스공사는 5조원이 넘는 ‘미수금’을 떠안기도 했다.

회계 처리 규정에서 ‘미수금’은 정상적인 가격에 물건을 팔아 발생한 매출의 외상 채권을 말한다.

그런데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도입 가격 보다 낮게 판매하며 발생한 손실을 ‘미수금’이라는 명칭으로 사용해 왔다.

유보했던 가격 인상 요인을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화될 때 반영해 회수하면 된다는 정부의 변칙적인 가격 결정 정책의 산물이 '미수금' 명칭으로 사용되어 왔다.

정부 입장에서는 최근의 국제 천연가스 가격 폭등 요인을 고스란히 내수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LNG에 무관세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천연가스에 부과되는 세금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크지는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또 다시 원료비 연동제 원칙을 깨고 도입 가격 상승 요인의 내수 가격 반영을 미루며 가스공사의 미수금으로 쌓아 놓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화될 때 이전의 인상 유보분을 소비자 요금에 반영해 회수하면 되니 어찌보면 물가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런데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물가 안정이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원료비 연동제라는 ‘원칙’을 ‘원칙없이’ 수시로 훼손해왔다는 점이 그렇다.

우리나라는 원유나 천연가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 빈국으로 소비 절약을 유도하는 것이 에너지 정책의 핵심 중 하나인데 도입 원가에 충실하지 못한 가격 체계는 소비 행태의 착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가격을 통제, 조절하며 당장의 인상 요인을 억누르거나 과거의 손실 요인을 향후 가격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가스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현재 그리고 미래의 소비자 사이에 유불리가 엇갈릴 수도 있다.

가스공사는 증권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데 정부 정책으로 천문학적 미수금을 떠안게 되면 주가와 배당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점도 고려해야 한다.

천연가스 소비가 늘어나는 동절기가 다가오는데다 내년 대선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천연가스 원료비 연동제를 어떻게 해석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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