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김신 발행인]재생에너지 보급이나 탄소중립 같은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면서 관련 원자재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상승하며 경제 전반의 물가상승 현상을 뜻하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나 태양광 패널 제조 원료인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원자재와 소재, 부품 가격이 최근 3∼4배 정도 올랐다는 분석이다.

단국대 조홍종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 석유, 천연가스 개발 투자가 줄어 들고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더블 그린플레이션(Double Greenflation)도 우려했다.

지난 해 유럽 일부 국가의 풍력 발전량이 저조해지자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이미 더블 그린플레이션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비싸도 구할 수 없다면 문제의 양상을 달라진다.

국가와 기업, 사람의 동력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에 사용되는 탄소중립 연료로 주목받는 ‘e-퓨얼(e-Fuel)’은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상용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로 지난 해 4월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한 ‘e-퓨얼 연구회’가 발족됐고 6차례의 모임 끝에 지난 1월 ‘재생합성연료(e-Fuel) 연구보고서’가 발간됐는데 매우 흥미로운 언급이 눈길을 끌고 있다.

e-퓨얼의 다양한 쓰임새 중 ‘에너지 안보’가 지목되어 있다.

코발트,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의 원료가 해외 일부 지역에 집중돼 공급·가격 불안정성 문제가 있고 수송 동력원이 전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우 천재지변, 정전, 전시상황 등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국가적 에너지 안보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에너지원을 e-퓨얼 등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특수 승합이나 화물차, 군용차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서 예외로 인정해 친환경인 전기·수소차로의 전환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도 주문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넉달째 3%대 수준을 유지하며 심각한 인플레이션 압박에 노출되어 있다.

그 중심에는 기초 원자재인 석유, 가스 같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자리잡고 있다.

이미 더블 그린플레이션에 직면되어 있는 모습인데 그렇다고 에너지 안보까지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만의 하나 세계적인 에너지 수급 위기 상황이 닥친다면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패닉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상당수 환경론자들은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날수록 경제성이 확보되고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그린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고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희토류 자원의 무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과 국민에게 깨끗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 만큼 장래에 자원 인플레이션이나 안보 위험을 줄이고 제거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탄소국경제도 시행을 선언하는 등 환경의 무역장벽화를 시도하고 있는 EU 조차 에너지 안보 앞에서는 실리를 선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원자력발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킨 EU의 매이리드 맥기네스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은 관련 회견에서 ‘(택소노미에) 가스와 원자력을 포함하는 이유는 전환기에 필요한 에너지원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 때문에 인류가 얼마나 경제적이고 풍부하게 에너지를 소비해왔는가는 차치하더라도 국가와 기업, 사람들이 화석연료 대신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에 의존해 움직일 수 시대가 언제쯤 가능해질지 그 누구도 쉽사리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 저장, 재활용하는 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어 이미 탄소중립 원유와 석유제품도 출시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전기, 수소로의 발빠른 전환에만 주목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국제적으로 탄소중립 연료로 인정받고 있는 e-퓨얼 조차 전기차 확대 보급에 방해가 된다며 상용화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환경 만큼이나 에너지 안보도 우리 모두의 '생존'과 직격된 문제인데 당장 청정하지도, 공급 안정성이 확보되지도, 경쟁력을 갖추지도 못한 재생에너지와 그린카에 올인하는 것은 무모할 따름이다.

환경이라는 최선을 지향하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안보가 위협받지 않게 균형적인 에너지 정책 기조와 중장기적인 실행 플랜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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