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연구원 김태환 석유정책연구실장
에너지경제연구원 김태환 석유정책연구실장

[에너지경제연구원 김태환 석유정책연구실장]

올해 초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3년 국제 원유 시황과 유가 전망’을 통해 2023년 평균 국제 원유가격을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84.21달러로 전망한 바 있다.

OPEC+ 회원국의 감산합의 이행을 전제로, 올해 국제유가는 세계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한 2022년도(96.41$/b) 보다는 낮으나 2021년도(69.41$/b) 보다는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상반기를 돌아보면, 기대보다 저조했던 중국 경제의 회복과 미국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70달러를 위협받기도 했다. 

사우디는 이를 좌시하지 않았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OPEC 회원국은 세계 석유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올해 4월 116만b/d 규모의 깜짝 감산을 발표했고, 이로 인해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OPEC+ 감산규모는 세계 수요의 3.5% 수준인 총 356만b/d까지 늘어났다.

더욱이 올해 7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사우디의 100만b/d 자발적 감산 조치는 9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향후 이를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2023년 세계 석유시장은 사우디가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7월 기준 OPEC 내 여유생산능력(spare capacity)을 보유한 국가는 사우디(320만b/d)와 UAE(110만b/d) 정도이고, 여타 다른 비OPEC 산유국 중에서는 러시아(60만b/d)를 제외하면 거의 모두 한계생산량에 도달한 상황이다.

반면, 세계 석유수요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인 이상 증가한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2분기 대OPEC 원유수요(Call on OPEC)는 전년 동기 대비 10만b/d 증가한 2870만b/d이나, 이 수치가 3분기와 4분기 각각 2990만b/d, 3000만b/d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시 말하면, 올해 세계 석유시장 내 사우디의 영향력은 점차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참고로, 세계 주요국 중 ‘2050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법제화한 영국 집권당이 올해 3분기 북해에 100개 이상의 신규 유전 개발을 허가할 것이라고 밝힌 게 화제가 되고 있으나, 신규 유전 개발이 상업적 생산까지 이어지는 데에는 평균 5년 이상이 소요된다.

공급의 감소와 수요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지난해 6월 9.06%를 기록한 후, 마침내 올해 6월 3%대 벽을 깨고 2.97%까지 내려왔다.

이 배경에는 국제유가의 하락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사우디가 유가를 부양하기 위해 대규모 감산을 결정했고, 이 조치가 실제 유효하게 작동되는 형국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아주 큰 골칫거리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제재를 회피할 목적으로 암흑 선단(dark fleet)을 통해 원유를 수출하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확연한 경기 둔화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국제유가의 강세가 반가울 리 없다.

정부는 올해 편성된 예산의 2/3을 이미 상반기에 집행했고, 내년도 예산 증가폭은 역대 최저인 2.8%로 편성했다.

또한 한미 기준금리의 차이가 역사상 최대치(2%)를 기록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가 먼저 금리를 인하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번 동절기 경기 부양책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국제유가가 또다시 가파르게 올라간다면, 국민경제의 체감 충격은 예상보다 더 클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점이 현 시점 하반기 에너지가격의 변동성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선제적인 검토와 대비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