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정부가 ‘공공요금사업’이라는 명칭으로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5대 사업이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법에 근거해 요금을 결정ㆍ승인ㆍ인가 또는 허가할 수 있는 사업인데 전기, 가스, 철도, 도로, 광역 상수도가 해당된다.

이들 5개 품목을 공공재 개념으로 해석해 과도한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정부가 요금 조정 과정을 관리하고 있는 셈인데 물가 안정에 과도하게 초점이 맞춰진 폐해가 전기, 가스 관련 공기업의 경영 실적에서 확인되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한전 부채는 2017년 50조 7,578억원에서 2022년에는 108조 9,631억원으로 58조가 늘었다.

2017년 1조 5,0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던 한전은 2022년에는 무려 25조 2,97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가스공사 부채는 28조 9,990억원에서 52조 142억원으로 23조원이 증가했다.

발전 연료비나 천연가스 도입 비용을 공급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고 있고 부채가 급증하는 빚살림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가스공사는 2조 4,634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는데 실상은 천연가스 도입 원가 보다 싸게 공급해 놓고도 그 차액을 미수금 즉 회수할 수 있는 돈으로 회계 처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언젠가는 받을 수 있는 돈으로 해석한 것인데 만약 손실 처리한다면 가스공사는 자본잠식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 감사원 해석이다.

전기, 가스가 공공재의 특성을 띄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요금 체계가 필요해 정부는 총괄원가 보상원칙을 마련해놓고 있다.

전기를 생산하고 가스를 도입하는 원가를 보상받을 수 있는 요금을 책정하겠다는 것으로 ‘연료비(원료비) 연동제’가 대표적인 실행 수단이다.

에너지 94%를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빈국인 탓에 전기와 가스 요금의 연료비 연동제를 통해 가격신호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에너지 절약이나 이용 효율 강화 등을 유도하는 것도 절실하다.

그럼에도 이들 에너지 요금이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다고 판단될 경우 물가안정법령에 근거해 정부가 신축적으로 요금을 관리할 수 있는 유연한 수단을 마련하고 있는데 최근 수년 사이 정부 권한 행사가 지나쳤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마련한 정부는 2021년 이후 매 분기 마다 발전 연료비 연동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후 2년 사이 총 8번의 요금 조정 기회에서 4차례는 인상을 유보시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등으로 석유ㆍ석탄ㆍ천연가스 같은 발전연료 가격이 2~3배 상승했음에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한전 부채는 급증했고 막대한 손실에 처하고 있다.

천연가스 도입, 도매를 담당하는 가스공사 역시 수입 원가에 못미치는 가격으로 공급하면서 쌓인 미수금이 최근 12조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정부가 전기, 가스 요금을 관리하면서 ‘미래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가격신호 기능이 저하되는 등의 문제가 유발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격 신호 기능이 저하됐다는 것은 전기와 가스 공급 원가가 오르고 있음에도 정부의 가격 통제로 에너지 비용이 여전히 싼 것으로 이해한 사용자들이 소비 절약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미래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는 것은 전기, 가스 요금 통제로 한전과 가스공사가 떠안은 막대한 부채와 손실이 결국 소비자의 빚으로 남게 되고 특히 그 빚을 나중의 소비자가 갚게 될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원칙을 무시한 정부의 전기, 가스 요금 개입은 국민이나 국가 경제를 위한 것이 아니며 소비자를 속이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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