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가 시장 수요 맞춰 순서대로 발전기 가동 결정하는 것
직수입사는 어쩔 수 없이 비싼 연료 도입, 급전경쟁서 불리하게 작용
정부가 주도적으로 법령·제도 재정비해 민간-공공 파트너십 도모해야

[에너지플랫폼뉴스 송승온 기자] 글로벌 LNG 고가 시황에서 민간 직수입자들의 체리피킹(Cherry Picking, 선택적 구매)으로 한국가스공사가 추가로 현물 LNG를 구매,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됐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가 지난해 10월 공개되며 업계 논란이 된 바 있다.

체리피킹 문제는 가스공사와 직수입업계가 용어의 사용이나 의미, 진위여부를 두고 오랜기간 논쟁을 벌여온 사안 중 하나이다.

특히 LNG 직수입업계에서 체리피킹 논란은 향후 직수입 활성화를 위한 법이나 제도개선을 추진하는데 있어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으로 반드시 풀고 가야할 숙제이다.

민간LNG산업협회 김창규 부회장은 본지와 신년인터뷰에서 체리피킹 논란에 대해 사업자들이 임의로 LNG를 사지 않거나, 발전기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법·제도적으로 원천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반박했다.

▲ 민간LNG산업협회 김창규 상근부회장이 본지와의 신년인터뷰에서 답변하는 모습
▲ 민간LNG산업협회 김창규 상근부회장이 본지와의 신년인터뷰에서 답변하는 모습

Q. 직수입자들의 체리피킹으로 가스·전기요금이 상승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협회의 입장은 무엇인가?

- 결론부터 말하자면 직수입자의 체리피킹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직수입발전사들은 전기사업법 제14조(전기공급의 의무)에 따라 전력거래소 입찰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만약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발전사업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또 전력거래소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발전 연료인 LNG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임의로 LNG를 사지 않거나, 발전기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법·제도적으로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2022년 전력거래소 입찰현황을 보면 민간 발전사들은 매월 전력거래소 급전 입찰에 참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입찰에 참여했다고 해도 가동할 수 있는 발전기가 있고, 그렇지 못한 발전기가 존재한다. 전력거래소가 저렴한 LNG도입단가를 시장 수요에 맞춰 순서대로 결정하는 것이지 직수입발전사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지난 2022년 직수입발전량이 감소한 원인에 대해 부연설명을 하자면 LNG가격이 가장 비쌌던 시기동안 해외 LNG 판매자들은 러·우 전쟁 등 국제정세급변으로 인한 불가항력을 선언하며 보유하고 있는 물량을 장기계약 물량으로 제공하지 않고 비싼 현물 판매 물량으로 돌려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했기 때문에 거래 규모가 적은 민간직수입자가 고스란히 그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또 2022년 초 미국 프리포트 화재로 인해 직수입발전사들의 장기계약 물량 도입에 차질이 생겼으며, 직수입발전사는 연료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비싼 현물로 LNG를 도입할 수 밖에 없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싼 연료도입은 전력거래소 시장 수급의 급전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했고, 발전기 가동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Q. 자가소비용직수입제도가 국내 천연가스 시장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 천연가스 시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도입된 자가소비용직수입제도는 2005년 포스코와 SK E&S를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국내 민간 발전사와 산업체를 중심으로 확대된 자가소비용직수입은 2016년까지 전체 LNG 도입물량 중 평균 5%대 수준의 도입량 비중에서 2017년부터 급격하게 증가해 2023년 현재는 국가 전체 LNG 도입량의 약 20%를 점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자가소비용직수입제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스 도입과 LNG터미널 신설 등 가스 인프라 확충을 통해 가스산업 밸류체인 전 분야에 걸쳐 효율성과 에너지 안보 역량 강화에 기여했다. 직수입발전사들의 저렴한 LNG 도입으로 국내 LNG 도입가격 하락과 경쟁을 유발했고 그 결과 도입비용 감소를 통한 국부 유출 저감과 전력구매비용 절감 및 관련 산업 경쟁력 제고 등 국민 편익에 기여했다.

특히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20개사에 육박하는 LNG 직수입사들의 수입 채널과 LNG물량은 국가 천연가스 공급망을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직수입사가 보유한 다각적인 LNG도입 역량으로 동절기 가스공사의 공급 안정성을 지원하고, 비축의무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 협력하고 있다.

▲ 민간LNG산업협회 김창규 상근부회장이 협회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Q. 국제 정세가 급변하면서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LNG수급 안정을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국내의 민간 LNG직수입자들은 현재의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기존에 체결한 장기계약 인도 계획의 이상유무를 계속해서 점검하고, 이상유무가 판단되면 에너지 주무부처와 연계해 수급 물량에 차질이 없도록 신속한 스팟 구매를 통한 물량을 확보해 공급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만 이제는 LNG 수급안정을 위해 과거처럼 가격과 무관하게 안정적 도입만을 추구하던 시기는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저렴한 가격이 안정적 공급과 더불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고, 더 나아가 공급이 예정되지 않은 물량(미확정물량)을 사전에 업스트림(Upstream) 투자를 통해 확보하거나 LNG 트레이딩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LNG 물량에 대한 우선권을 가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미확정물량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주요 가스전 투자를 통해 지분을 확보해야 하고, 기업들의 보유한 물량을 국내로 도입할 때 혜택을 부여해 해외의 LNG 물량이 국내로 들여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

Q. 가스위원회 설치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가스위원회 설치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 기존에는 단일 기업이 가스수급부터 배관망 운영까지 모두 책임졌다면 이제는 가스시장에 20개사 이상의 사업자들이 공공 인프라인 배관망을 이용하는 상황으로 변해가는 상황이다.

이 부분에서 사업자들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중립감독기구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특히 자가소비용직수입사가 배관망 이용을 하기 위해서는 경쟁상대인 기업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 상황으로 이해관계가 상충될 유인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12조에 달하는 상황에서 가스요금이 더 이상 외부요인에 의해 결정되지 않으려면 중립기구의 일관된 기준에 의해서 요금이 책정될 필요가 있다.

공기업의 적자나 미수금이 미래세대에게 더 이상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중립감독기구의 일관되고 전문화된 프로세스에 의해 요금이 결정돼야 한다.

Q. 직수입자의 비축의무와 제3자 판매허용을 담은 자원안보특별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법안에 대해 아쉬운 점과 보완해야할 점이 있다면?

- 자원안보특별법안에 대해 석유·광물 등 다른 핵심자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이나 천연가스 분야에 대해서는 비축의무 부과와 비축물량의 처분 특례를 놓고 업계와 이해관계자들간에 설왕설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에 따르면 자원안보 위기 시 도시가스사업법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민간공급기관(자가소비용직수입자)에게 한시적으로 비축의무를 부과할 수 있으며, 비축의무 부과에 따라 비축한 물량은 자원안보 위기가 종료되면 우선 가스공사에 처분하되, 가스공사에 처분이 여의치 않으면 자원안보협의회를 거쳐 제3자 판매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서 명문화된 제3자판매라는 특정 단어를 놓고 민영화라는 식의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마련된 자원안보특별법을 통해 민간과 공공이 함께 자원안보 차원에서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절차를 마련한 법안 취지가 무색하게 특정 개념에 집중해 민영화 프레임을 걸고 법안 통과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안타깝다.

처분 특례가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본래 도시가스사업법상 비축의무가 없는 직수입자가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공공의 의무인 비축의무에 참여했기 때문에 자원안보 위기가 해제 됐을때는 당연히 그 물량을 처분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물량의 처분방법도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가스도매사업자에게 먼저 물량을 판매하도록 돼 있고, 여의치 않을 경우 자원안보협의회를 거쳐 물량을 처분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 위기해제 시 비축물량 처분을 제3자판매라는 개념자체에만 집중하고, 그 과정과 절차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그러면서 민영화, 에너지 공공성 훼손 등의 프레임을 씌우고 본 법안의 취지 자체를 흔들고 있다.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민관이 함께 협력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곳에 시선이 쏠려 국가 정책 추진이 늦어지는 상황인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Q. 국내 천연가스 시장구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러·우 전쟁 당시 유럽이 LNG시장으로 참입해 LNG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을 때 우리나라 기업들이 천연가스 물량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었더라면 당시 SMP가격이 역대 최고치 수준으로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고, 또 한전의 적자가 수십조 수준까지 늘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 천연가스 시장은 공급 중단만 없다면 도입가격은 신경쓰지 않고, 안정적 공급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최우선 지상과제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의 기업 또는 최종 소비자는 일정 기준(시설, 소비량)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선택권 없이 한 기업에게서만 천연가스를 공급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천연가스 시장의 안정적 공급만을 중요시하는 기조 때문에 동북아에서 중국, 일본 다음으로 많은 소비량을 가지고 있어 산업발전의 잠재력이 풍부한 상황임에도 LNG터미널사업이나 트레이딩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또한 가스시장의 망 중립성 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배관망(수송)에 해당하는 부분은 중립적으로 유지하되 판매부분(도매시장)은 개방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 망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민간 에너지 기업이 해외에서 경쟁력 있는 천연가스를 도입하더라도 국내 시장에 공급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재는 수직통합적 구조로 인해 하나의 기업이 시장판매를 독점하고, 국가 인프라인 배관망을 운영하며, 다른 기업들의 배관망 연결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심판이 선수를 겸하는 상황에서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구조가 국내 가스시장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Q. 국내 가스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 우리나라의 가스시장은 민간의 가스 인프라 투자, LNG 트레이딩 산업 성숙도 측면에서 자율경쟁을 추구하는 해외 주요 가스시장에 비해 효율성과 유연성이 부족한 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가스시장의 문제점과 나아가야할 방향은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아직도 민간과 공공이 소모적인 논쟁에 힘을 쏟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로의 입장에서 악의적인 주장을 반복하는 상황은 멈춰야 할 때이다.

특히 해외 가스전 개발 및 투자와 같은 대규모 자원개발 사업은 공공과 민간이 제각각 추진하게 되면 최고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는 가스공사와 민간기업이 파트너십을 제대로 갖추고, 중국, 일본, 대만 등의 동북아 가스마켓에서 주도적인 포지션을 취할 수 있도록 다각적 협력 프레임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에서도 주도적으로 과거 산업 초기단계의 법령과 제도를 재정비하고, 그 위에서 민간과 공공이 파트너십을 통해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면 그 시너지효과로 해외 국가들과 견줘 손색없는 경쟁력을 갖춘 가스강국의 면모를 갖춰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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