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한국은 매우 중요한 정유산업 보유해 자급자족’ 평가

정제 설비 규모는 메이저급, 일본 앞선 세계 5위 능력 갖춰

정제능력 SK에너지가 사실상 세계 1위, GS칼텍스·S-OIL 탑 5

HD현대오일뱅크는 지상유전 고도화비율 42%로 국내 최고

해외 에너지 리스크 때도 내수 수급 안정, 글로벌 스윙프로듀서 역할

102불에 수입한 원유 중 49%, 21불 마진 더해 석유제품으로 수출

BP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2년 석유 소비량은 하루 285만 8,000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1.5%가 늘었다.

2012년 석유 소비량인 246만 B/D와 비교하면 10년 사이 15.9% 늘었고 연평균 증가율은 1.5%로 평가됐다.

여전히 석유 의존도는 높은데 문제는 석유 자원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석유정보망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가 수입한 원유는 10억 3,128만 배럴에 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나라가 2022년 원유 수입에 사용한 금액이 1,584억 달러로 같은 해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 7,312억 달러 중 21.7%에 달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동력원인 석유 안보의 3가지 방안을 연재 조명한다.

 

1 비축

② 소비지 정제주의와 정유사 경쟁력

3 자원개발

[에너지플랫폼뉴스 김신 기자]

국제에너지기구 IEA는 지난해 5월 발간한 ‘한국의 석유 안보 정책’ 리포트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정유산업을 보유하고 있어 석유화학 원료를 제외한 대부분의 석유제품을 자급자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Korea has a very significant refining industry and is self-sufficient in most products, apart from petrochemical feedstocks)

‘우리나라가 하루 350만 배럴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정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With a capacity of 3.5 mb/d, Korea has one of the world’s largest oil refining capacities)

원유 전량을 수입하는 우리나라가 석유를 자급자족하며 안보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은 IEA 분석처럼 ‘중요한 정유산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그 근간은 소비지 정제주의 정책과 정유사의 적극적인 설비 투자 역할이 크다는 평가다.

‘소비지 정제주의(消費地 精製主義)’는 석유 소비국이 자국 내에서 원유를 직접 정제해 석유제품을 생산, 소비하는 정책을 말한다.

우리나라처럼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석유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수단으로 꼽히는데 실제로 석유 소비국에서 석유를 직접 정제, 생산하게 되면 자국의 석유 소비 구조나 품질 규격에 적합한 완제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자국 내 정제설비를 통해 글로벌 석유 수급이나 가격 변동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천연가스 수급 불안이 야기됐고 대체재인 경유 등 석유제품으로 수요가 쏠렸는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수급 불안에서 예외였고 한국 정유사들은 글로벌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로 주목 받았다.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는 원유 생산량을 조절해 세계 석유 시장의 전체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유국을 의미하는데 원유 전량을 수입하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정제 설비 능력을 보유한 덕분에 글로벌 석유 완제품 수급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한국 정제설비능력 세계 5위, 사우디는 일본 추월

BP가 발간하는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23’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제설비 능력(Oil Refining capacity)은 2022년 기준 하루 336만 3,000배럴로 평가됐다.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이 하루 1,806만 1,000배럴의 정제설비 능력으로 1위를 기록했고 중국이 1,725만 9,000배럴로 2위, 러시아가 682만 1,000배럴로 3위, 인도가 504만 5,000배럴로 4위 그 뒤를 이어 우리나라가 5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정제설비 능력은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일본도 앞질렀다.

G7 일원인 일본의 정제 설비 능력은 매년 줄고 있고 지난해 기준 316만 4,000 B/D로 평가돼 우리나라보다 두 단계 낮은 7위에 머물렀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단일 정제 설비 능력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Oil & Gas Journal의 ‘2022 Worldwide Refining Survey’에 따르면 우리나라 3개 정유사가 탑 5에 포함됐다.

2022년 세계 최고 원유 처리 능력은 하루 94만 배럴로 평가된 베네수엘라의 파라구아나 정제 단지(Paraguana Refinery Complex)가 차지했고 우리나라의 SK에너지가 하루 84만 배럴의 정제설비능력을 갖춰 2위를 기록했다.

이어 GS칼텍스가 80만 배럴로 4위, S-OIL이 66만 9,000 배럴로 5위에 랭크됐다.

최근 수년 사이 중동 산유국들이 정제설비 신증설을 강화하면서 하루 52만 배럴의 원유처리능력을 갖춘  HD현대오일뱅크는 16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원유 보유국인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경제 제재와 재정 파탄, 설비 노후화 등의 영향 등으로 정유 시설 가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가동 능력 측면에서는 SK에너지가 세계 1위로 평가받고 있다.

하루 정제 능력이 1,330만 배럴로 우리나라 보다 4배가 넘고 60여개의 정제공장을 보유중인 중국도 단일 정제 처리 기준으로는 우리나라 4개 정유사에 미치지 못한다.

지상유전(地上油田)으로 불리는 정유사들의 고도화설비도 에너지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석유산업을 수출 전략 구조로 확장하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고도화설비는 원유 보다 값이 싼 벙커-C유나 아스팔트유 같은 저급 연료를 휘발유, 경유 같은 고부가가치 경질석유로 재생산하는 장치로 정유산업 수익성 개선의 열쇠가 되고 있다.

정제공정 특성상 수율이 한정되어 있는 경질석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원유 도입을 확대해야 하는데 고도화설비를 확충하면 원유 투입량은 최소화고 중질유를 활용한 경질유 생산은 극대화할 수 있어 ‘유전(油田)이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유전을 보유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의미로 ‘지상유전’으로 불리우고 있다.

정유사 중에는 HD현대오일뱅크가 52만 배럴 규모의 상압정제시설(CDU) 중 21만 7,000배럴의 중질유 분해 설비를 보유하며 41.7%에 달하는 고도화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S-OIL과 GS칼텍스도 30%대의 고도화비율을 보유하며 중질유 수익성 개선 효과를 거두고 있다.

◇ 규모의 경제 + 고도화설비 = 석유 수출 산업화

세계 최고의 단일 정제 능력은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유리하고 높은 고도화설비율로 석유제품의 부가가치 개선이 가능해지면서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단순히 석유 안보에 기여하는 것을 넘어 국가 무역 수지 개선에도 일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6,326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중 석유제품이 8.3%에 달하는 521억 달러를 차지했다.

석유공사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는 배럴당 평균 102불에 10억 3,128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는데 같은 기간 정유사들은 배럴당 123불에 4억 9,702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수출해 609억 3,809만불의 수입을 올렸다.

통계상으로 2022년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원유 1 배럴을 102불에 수입했고 21불의 마진을 더해 수입 원유 물량의 48.2%를 석유제품으로 수출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석유협회 조상범 실장은 “우리나라는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비산유국이지만 정유사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홍해 및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위기 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유 수급 안정을 최우선해 국가 석유 안보를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정제설비를 기반으로 고품질 석유제품을 전 세계 60여 개국에 수출해 2022년에는 주요 수출 품목중 2위, 지난해는 4위를 기록하는 등 국가 무역수지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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