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에너지정책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공동대표]
 

▲ 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 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지난해 말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미국 한국 프랑스 일본 등 22개국이 2050년까지 세계 원자력발전 설비용량을 2020년 대비 3배로 증대시킨다는 선언문에 서명했다. 

2020년말 기준 세계 원자력발전 설비용량이 4억 788만kW였으므로 이를 12억 kW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의미다.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자로 도입 확대와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 생산 등 전력 이외 분야에서의 응용 등도 내용에 포함됐다.

미국이 발안(發案)해 작성된 선언문에는 21세기 중반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넷제로를 달성하고 산업혁명 이전 대비 기온상승을 1.5℃로 억제하는데 원자력이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원자력은 깨끗한 기저전원으로서 제2위 전원의 위치를 차지해 에너지안전보장 상의 잇점이 있으며, 특히 신규 원자력 발전은 전유면적이 작고 필요한 장소에 설치할 수 있으며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됐다. 

COP28에 앞서 지난해 9월 28일 프랑스에서 개최된 ‘새로운 원자력에의 로드맵’ 회의에 참석한 미국 원자력에너지협회(NEI), 한국 원자력산업협회(KAIF), 세계원자력협회(WNA) 등 총 9개 단체도 연명으로 기후변화 완화 및 에너지안보 강화를 위해 원자력발전을 대규모로 신속하게 도입할 것을 강력히 호소하는 공동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공동문에는 기존 원자로의 최대한 활용, 신규로 도입의 가속, 국제 협력을 통한 공급망 구축, 원자 연료 분야의 러시아 의존 축소 등이 지적됐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인 지구촌에서 무탄소 청정에너지인 원자력을 적극 활용하지 않고선 넷제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확산되면서 원자력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나 전기제품 보급 등 전기화(electrification)의 급속한 진행과 4차산업혁명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전력수요가 추세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또다른 청정에너지인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인식에서 원자력의 역할이 재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화석연료 확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요 에너지 소비국을 중심으로 원자력 이용 확대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총 412기 원자로중 최다인 93기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2035년까지 전력계통을 탈탄소화 하겠다는 목표 하에 연방 차원의 계속운전 및 기술개발을 추진하며 SMR의 대규모 활용에 대비한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제2위 원자로(56기) 운영국인 프랑스는 2019년 신규원전 건설 검토에 착수한데 이어 2022년에 최대 14기를 증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올들어 지난 1월 7일에는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소 8기를 추가로 짓는다고 발표했다.  

2011년 8개의 원전 부지를 선정한 바 있으나 현재는 2개 부지에서만 건설이 진행·추진 중인 영국은 지난 1월 11일에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용량을 24기가와트(GW)로 늘리며, 이를 위해 2030년부터 2044년까지 5년마다 1~2개의 신규원자로 건설을 승인할 계획을 발표했다. 리시 수낙(Rishi Sunak) 영국 총리는 “원자력은 영국이 당면한 에너지 문제의 완벽한 해독제다”라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사국인 일본은 지난해 2월 녹색전환(GX: Green Transformation) 방침 발표에서 에너지안보 및 탈탄소에 기여하는 원전의 적극 활용 목표를 제시했다. 전기사업법을 근거로 원전의 계속 운전을 허가하며, 재가동심사에 소요된 기간을 고려해 가동 기간을 산정하기로 했다. 가동 기간이 실질적으로 60년 이상으로 가능해졌다. 

이처럼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직면해 세계적으로 원전 르네상스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문재인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0년에 2018년 대비 40% 감축)는 야심차게 제시해 놓고 실제로는 탈원전으로 원자력 이용에 쐐기를 박는 모순된 조치들을 취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신규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 등이 그것이다. 이로 인한 비용 낭비가 수조원에 달함은 물론 원전 생태계 붕괴로 기술력 약화와 전문인력 고갈이 야기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는데 거액의 자금과 시일이 소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만저만한 국력 낭비가 아니다. 더욱이 지난해말 정기국회에서 야당이 원전 생태계 지원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도 처리되지 못해 일각에서 ‘탈원전 시즌 2’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우리도 주요국들처럼 원자력을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안보 확보 차원에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우리로선 우선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원전(2036년까지 12기)을 차질없이 계속운전하고, 10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상정하고 있는 원전의 평균 이용률 79.7%를 미국처럼 90% 이상으로 올려 경제성을 높이며, 신규원전 건설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 

원자력 이용을 확대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이 후행과정(Back End)의 완성이다. 원자력발전의 결과 생성되는 사용후핵연료가 현재 각 원전 부지내에서 임시저장되고 있으나 포화시점이 코 앞에 닥쳐 있다.

아직 중간저장에 관한 논의가 전혀 진전되고 있지 못함은 물론 최종 처분방식에 대한 정책결정도 못내리고 있다. 사용후핵연료처리에 관한 공론화를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지만 세월과 비용만 허비했을 뿐 여지껏 실천방안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COP28 선언문은 원자력발전소를 안전성, 지속가능성, 보안성, 비확산성, 최고기준 등에 따라 가동하고 핵연료 폐기물을 장기간 관리하는 것 등에 대해 각국이 책임지고 국내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제반 상황을 고려해 우리 정책 당국은 적절한 조치들을 조속히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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